희귀병과 난치병/루게릭

줄기세포는 루게릭을 정복할까? ..... [2005-09-27 13:43]

이미피더 2009. 1. 14. 15:13

 

 

 

한-스코틀랜드 줄기세포 치료제 공동 개발 소식에 희망의 불씨 살린 환자들배아 줄기세포로 발병 원인 규명해

질환모델 동물에 신약 효능 실행 예정

 

 

 

겨우 오른손 가운뎃손가락 하나만을 움직이는 이원규(44)씨.

20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그가 ‘유전성 근위축성측삭경화증’(아래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것이 5년 전 일이다.

 

차츰 온몸이 굳어가는 루게릭병은 발병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희귀 난치병이다.

많은 환자들이 근육 마비가 시작된 뒤 3년 내에 사망한다.

 

이씨는 부인 이희엽씨가 ‘통역’하지 않으면 대화를 나눌 수 없고, 숟가락 하나 들 수 없는 처지다.

그러면서도 국문학 석·박사 학위를 잇따라 받고, 지금은 투병기를 집필하면서 한국루게릭병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서 국내 루게릭병 환자 1300여명이 투병생활을 함께 하며 치료법이 개발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정말로 루게릭병 환자들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인가.

올해 들어 루게릭병 환자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팀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루게릭병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당장이라도 황 교수를 만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씨는 움직이기 어려운 몸이었다.

 

사실 줄기세포 치료제가 루게릭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주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생각하면 가수 강원래씨 같은 척수장애 환자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까지 복제에 성공하면서 루게릭병 환자들도 실낱같은 기대를 걸게 됐다.

 

 

 

 


 

현재 이씨처럼 루게릭병을 앓는 사람들은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

환자마다 질병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말기에 이르면 거의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육체의 감옥에 갇혀 언어 기능을 완전히 잃고 두 눈만 깜빡거리게 된다.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리루졸 같은 약물이 있지만 생명을 길어야 1년 정도 연장할 뿐이다.

 

루게릭병 임상 전문의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쇼 크리스토퍼 에드워드 박사는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근본 치료법은 없다.

다만 진행을 늦추거나 부위별 증상을 개선하는 수준에서 치료가 이뤄질 뿐”이라며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발병 기전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질병 원인 밝혀지지 않아 근본 치료법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를 투약할지는 불투명하다.

주사형 줄기세포 치료제만 해도 인체에 적용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줄기세포 치료제는 약물처럼 일관된 치료 효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치료 효능의 평가를 위한 대조군과 치료 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척수장애 환자라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할 필요 없이 줄기세포 치료제의 분화를 조절해 신경세포를 재생하면 된다.

 

이에 견줘 루게릭병 같은 유전성 질환 환자들은 분화 능력이 뛰어난 줄기세포를 주입받아도 쓸모가 거의 없다.

이내 사멸의 길을 걷기 때문이다.

 

최근 황우석 교수팀이 사상 처음으로 개 복제에 성공해 난치병 치료와 인간의 질환모델 동물 생산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

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난치병 치료’라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뛰는 이씨도 복제 개 ‘스너피’(Snuppy) 탄생이 반갑기 그지없다.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 복제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개만 한 질병모델 동물은 없기 때문이다.

 

개는 질병모델로 이용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수가 203개로 돼지(65개)나 고양이(123개)보다 훨씬 많다.

그만큼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폭이 많은 셈이다.

하지만 복제 개가 루게릭병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복제 개는 원숭기 개체복제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영장류를 대신한 다른 질환모델 동물로 쓰일 수 있다.

적어도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질병이라면 복제 개를 이용해 줄기세포의 작용을 손쉽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원숭이 복제 과정에서 핵 치환 때 세포 구조에 필수적인 단백질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다면 영장류를 질환모델 동물로

삼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선 원숭이의 정상적인 세포 속에 있는 필수 단백질이 복제된 세포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를 해결하면 유전성 질환에 줄기세포 치료제를 응용하는 게 더욱 수월해진다.

 

 


문제는 다시 복제배아 줄기세포

 

어쨌든 영장류를 제외하고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개를 복제한 것은 난치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다.

예컨대 줄기세포 치료제의 전임상 실험이 수월하게 이뤄질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효과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데도 이바지할 것이다. 이번 연구에 공동 연구자로 참여한 제럴드 섀튼

교수는 “앞으로 개 줄기세포가 확립되면 사람의 줄기세포 연구 실용화에 진전을 촉진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치료 목표가 확립된 질병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루게릭병처럼 질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유전병에선 당장 복제 개를 활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일단 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배아 줄기세포가 절대적인 구실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상 처음으로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가 황 교수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배아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정상인의 배아 줄기세포와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루게릭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복제 개나 원숭이에서 효능을 확인한 치료용 줄기세포를 주입해

신경세포의 기능을 되살리면 된다.

 

이런 식으로 치료제가 개발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동물 복제 최고 정점이라는 개의 복제에 성공해도 난치병 치료제 개발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다만 치료제 개발의 시행착오를 조금 줄일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다시 복제 배아 줄기세포다.

 

이것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을 때 줄기세포 치료제를 기대할 수 있다. 설령 환자와 정상인의 줄기세포를 비교해 원인을

규명해도 치료제가 개발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해마다 13만명의 루게릭병 환자들이 죽음에 이르면서도 체세포를 기증하며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독성 제어해야 세포 치료제 효능 발휘”[인터뷰/ 이안 윌머트·크리스토퍼 에드워드 쇼 박사]

황 교수팀과 함께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에 나선 스코틀랜드의 과학자들


전 세계 복제 전문가들이 서울을 향하고 있다. 복제 개 ‘스너피’ 탄생 소식이 알려질 즈음에 영국 로슬린연구소 유전자 발현 및

발달부 이안 윌머트 박사도 서울을 찾았다.

이번 방한에는 한-스코틀랜드 루게릭병 치료제 공동 개발에 참여하는 크리스토퍼 에드워드 쇼 박사(런드 가이스킹스세인트토머스의대·신경유전학)가 동행했다. 두 사람을 만나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 현황과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번에 방문한 목적이 복제 개 탄생과 관련이 있는가.

= (윌머트) 황우석 박사팀과 함께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데 여러 가지 조정이 필요해서 방문했다.

복제 개와 루게릭병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동물실험은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인간 배아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쇼 박사가 황 교수 연구실을 참관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루게릭병 치료제 개발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 예정인가.

= (쇼) 지금 치료제 개발을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일단 질병의 진행 과정을 알아보려고 한다.

이를 위해 서울과 에든버러 연구팀이 환자의 배아 줄기세포 라인을 확립할 것이다.

두 실험실이 다양한 과제를 진행하면서 최적의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이게 성공을 거두면 런던의 연구팀까지 세 곳에서 치료제 개발 연구가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 루게릭병의 원인을 어떤 식으로 규명하게 되는가.

= (윌머트) 간단히 말하면 일반인과 환자의 세포 라인을 비교하는 것이다.

루게릭병 환자의 5~10%는 유전적인 원인에서 발병한다.

문제는 어느 유전자가 발병에 개입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루게릭병에 관련된 SOD-1(superroxide dismutase-1)이라는 효소의 돌연변이 현상을 밝혀내는 데 20여년이 걸렸다.

그런데 배아 줄기세포를 비교하면 그동안의 성과를 단박에 뛰어넘을 수 있다.

모두 12개의 줄기세포 라인을 연구할 예정이다.

 

 

배아 줄기세포를 통해 원인이 규명되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텐데.

= (쇼) SOD-1을 통해서 루게릭병에 독성이 주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운동 신경세포에 고농도로 존재하는 글루탐산염이 독성작용을 보여 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일단 독성물질에 대한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게 치료제 개발의 1차 목표다.

줄기세포를 주사해도 중추신경에 연결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신경세포 복원이 쉽지 않다.

 

 

언제쯤 루게릭병 환자들이 치료제를 활용할 것으로 예측하는가.

= (쇼)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다. 지금은 퍼즐을 한조각씩 맞춰가고 있다.

세포 라인을 확립하는 데만 해도 2년여가 소요되고, 이를 실험하는 데 10여년 걸리지 않겠는가.

유독성 물질 스크리닝까지 생각하면 장기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실험실에서 성공해도 임상에서의 효능을 입증하는 데도 시일이 걸릴 것이다.

다만 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에 ‘강력한’ 효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스코틀랜드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루게릭병 치료제 공동 개발의 의미는.

= (윌머트) 양국의 장점을 살려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앞선 기술을 배울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연구는 아주 재미있는 연구로서 잠재성이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단지 루게릭병 하나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유전적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빛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