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과 난치병/페닐케톤뇨증

희귀병 남매 '예술가로 홀로 서기' ..... [2005-10-06 10:29 ]

이미피더 2009. 1. 14. 19:27

 

 

 

 

 

                                      희귀병 남매 '예술가로 홀로 서기'

 

 

누나는 화가, 동생은 성악가.

누가 들으면 성공한 예술가 집안 쯤으로 생각할 법하다.

 

누나는 다음달 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학고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윤아의 그림 일기')을 연다.

동생은 올해 5월 국회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소리꾼 장사익씨가 소리에 반해 장학금까지 내놓았다니 보통 실력은 아닌 모양이다.

 

"꽃이 그냥 좋아서 그렸어요.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으니까…."

이 말 한마디 하는데 누나 임윤아(21.삼육대 2년)씨는 1분 이상이 걸렸다.

 

스무살이 넘었건만 옷의 단추 꿰는 것, 지하철 타고 등하교하는 것도 아버지 임진수(51)씨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정은 동생 승준(20.삼육대 1년)씨도 마찬가지.

 

화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희귀병 환자 임윤아씨(下)와 성악가가 되고 싶은 동생 승준씨.

이들 남매는 선천성 대사효소결핍증(PKU:페닐케톤뇨증))을 앓고 있는 희귀병 환자다.

 

뇌성마비와 증세가 비슷한 PKU는 신진대사에 필요한 효소가 부족해 생기는 질병이다.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어야 일상 생활이 가능한 게 이들 남매의 삶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6년 전 중앙일보 사람면에 처음 소개됐었다(1999년 4월 29일자).

그새 남매는 건강이 훨씬 좋아지고 얼굴도 밝아졌다.

그러나 힘든 일도 많았다.

 

집을 팔아 반지하 셋방으로 옮겼어도 1년에 1억원이 넘게 드는 약값 대기가 버거웠다.

그러던 중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라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국내 PKU 환자 100여 명이 치료약에 대한 보험 혜택도 받게 됐다.

약값 고통에서 벗어난 것보다 더 기쁜 일이 있었다.

 

이화여고를 다니던 윤아씨에게 미술선생님 성기방씨가 집까지 와서 개인지도를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선 하나를 긋는 데 두세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윤아씨는 밤을 꼬박 새면서도 연필과 붓을 놓을 줄 몰랐다.

 

윤아씨는 삼육대 아동미술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대학에서 만난 김천정 교수 또한 윤아씨를 헌신적으로 가르쳤다.

방학 기간에도 개인 교습을 빼먹는 법이 없었다.

윤아씨 작품 40여 점으로 학고재아트센터를 가득 채울 수 있게 된 것도 김 교수 덕분이었다.

 

동생 승준씨에게도 즐거운 일이 생겼다.

음정이 흔들리고 발음마저 부정확한 솜씨지만 5월 25일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날'을 기념해 국회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 소리꾼 장사익씨가 승준씨의 팬이 됐다.

장씨는 남매가 떡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따뜻한 쑥떡을 가슴에 품고와 건네줄 만큼 애틋한 사이가 됐다.

 

"1학기 때 장애우들이 다니는 '정민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했어요.

나도 누구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윤아씨는 화가가 돼서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까만 눈썹의 잘생긴 청년인 승준씨는 성악가 외에 영화배우.백댄서.사회복지사 등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