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과 난치병/뮤코다당증

희귀병 앞에 당당한 꼬마....[2006-05-03 15:03]

이미피더 2009. 1. 18. 15:00

 

 

 

 

서울 화곡초등 학생회장된 이재성君 키 작고 몸무게 30㎏ 다리·손가락 관절 굳어 저학년땐 놀림감 일쑤 급식·청소당번

안빠지고 친구들 숙제까지 도와줘 축구선수 되는게 꿈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초등학교 6학년 7반 실과시간.

“구황작물이란 게 뭐죠?”

선생님의 질문에 맨 앞에 앉은 학생이 손을 번쩍 든다.

의자에 앉은 아이의 발은 바닥에 닿지 않는다. 아이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힘들게 바닥을 딛는다.

 

의자를 빼고 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여 초. ‘뮤코다당증’이란 희귀병에 걸린 아이의 앉은 키와 선 키는 비슷했다.

하지만 130㎝의 키에 몸무게 30㎏의 이재성(12)군은 이 학교 전체 1700여명을 대표하는 어린이학생회장.

8명의 후보가 나서 치열하게 치러진 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됐다.

 

이군의 태도에 장애의 그림자는 찾아 볼 수 없다.

12시10분 점심시간. 교실 앞에 배식대가 차려졌다.

오늘 국 배식 담당인 이군은 친구를 불렀다.

손이 귀까지 겨우 닿는 이군에게 친구가 마스크를 씌워줬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국자를 들고 친구들에게 국을 퍼주는데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국 좀 많이 줘라 제발~ 응?”

“친구들한테 골고루 줘야지. 조금 뒤에 와봐.”

 

이군이 앓고 있는 희귀병은 체내에 당분이 소화되지 못하고

계속 쌓여 호흡기와 심혈관계, 관절운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병. 국내에 약 150여명이 앓고 있다.

이군은 시력도 조금씩 떨어지고 청력도 약해서 맨 앞 자리에 앉는다.

 

걸음은 항상 8자 걸음이다.

다리 관절이 잘 펴지지 않기 때문이다.

손가락 관절이 가장 많이 굳어서 연필 잡기도 버겁다.

뭉툭한 손은 또래 아이들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

 

이군의 어머니 주미경(40)씨는 “5살 때 아이가 손바닥을 펴면 ‘딱’ 소리가 나고 잘 펴지지 않아서 병원에 갔다가 그때 처음

희귀병에 걸린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7년이 넘게 매주 3차례씩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와 전기치료를 받고 있다.

굽어진 손가락을 펼 때는 지금도 눈물이 배어나온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해서는 아이들의 놀림이 심했다.

머리가 크다고 아이들은 ‘가분수’라고 놀려댔다.

 

이군은 학교에 가기 싫었다.

이군의 부모도 아무도 몰래 조용히 눈물도 많이 흘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머니는 “네 병은 꼭 낫는 병이니까 걱정 마. 공부만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네가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가렴”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말을 이군은 따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 급식이나 청소 당번에서 빠져 본 적이 없다.

무슨 일이든지 같은 반 아이들과 똑같이 대우받는다.

오히려 또래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거나 양호실에 함께 가 주는 등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했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연스레 아이들과 친해지고 인기도 높아졌다.

이는 어머니의 바람이기도 하다.

 

“아직 재성이는 장애등급 신청을 안 했어요. 지금까지 장애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장애등급 신청을 하면 1급이 나올 테고 그러면 약값이나 병원비는 지원받겠지만, 제 자신이 아들의 병이 못 고쳐질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지 아이들과 똑같이 하도록 할 거예요.”

 

이군은 성적도 뛰어나다. 반에서 항상 1등을 독차지한다.

지난 4월에는 학교마다 한 명씩 수여하는 과학기술부 장관상도 수상했다.

이군의 집에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받은 상장만 여러 상자다.

 

이날 한문시험이 있었는데 10문제를 모두 맞혀 100점을 받았다.

“엄마가 한 문제 틀리면 전자오락 못하게 한다고 해서 많이 긴장했어요. 그래도 오늘은 100점 맞은 사람이 12명이나 나왔는 걸요.” 이군이 이를 드러내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학생회장으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군은 당차게 말했다.

“학생회장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이요? 저같이 몸이 불편하거나 머리가 안 좋은 아이들이 모인 개별학습반을 돕고 싶어요.

가서 숙제하는 것도 도와주고 운동도 같이 하고요.”

 

이군의 꿈은 소아과 의사. 자신처럼 아픈 어린이들의 병을 고쳐주고 싶다고 했다.

꿈 많은 이군의 또 다른 꿈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다.

 

“박지성 선수를 좋아해요. 앞으로 몸만 낫게 되면 박지성 선수 같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가 꼭 골을 넣었으면 좋겠어요.”

이군은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시에서 주는 어린이상 용기부문 대상을 수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