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과 난치병/다른 희귀병들

하루하루 기능 잃어가는 몸 ..... [2006-09-15 17:26 ]

이미피더 2009. 1. 20. 19:22

 

 

 

하루하루 기능 잃어가는 몸… 남편이어 아이까지 '고통 대물림'



소뇌위축증 현모네 가족 - 운동신경 장애로 손발 점점 굳어져… "아들아, 더 사랑해 줄게"

아이가 성장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지만, 현모(7) 어머니에게는 아픔이다.

 

‘소뇌위축증’이란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어 하루하루 거꾸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다섯 살 때까지만 해도 잘 걷고 뛰던 아이는 여섯 살이 되면서 유모차를 타야 했다.

소뇌의 손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의 기능이 퇴행하는 것이다.

 

지난 겨울에는 손에도 운동 장애가 나타났다. 엄마라는 말도, 아프다는 표현조차 이젠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보여요.

기능이 퇴행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진행될 줄은 미처 몰랐죠.

현모가 지난해까지 다녔던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깜짝 놀라요. 걷고, 뛰고, 혼자 밥 먹고 하던 아이였는데….”


엄마가 어렴풋하게나마 처음 병의 진행을 느낀 것은 생후 18개월 무렵. 아장아장 걷는 걸음걸이에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다른 아이들보다 언어 발달도 느렸다.

그래도 남들보다 발달이 좀 늦는 아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에서 뇌파 검사와 근전도 검사 등을 실시했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각치료와 언어치료를 받아도 상태는 오히려 심해지기만 했다.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은 것은 그로부터 2년 여가 훌쩍 지나 네 살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그것도 현모가 아니라, 현모 아버지에게서 몸의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어느날 현모 아버지가 갑자기 어지럽다고 호소하면서 육교를 건너기 힘들어 했다.

몸의 균형조차 제대로 유지할 수 없었다. 동네 개인병원에 갔더니 간단한 검사 후,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결국 종합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후에야 병명이 밝혀졌다.

 

운동신경 장애로 사지가 점점 굳어지면서 결국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다는 희귀병 ‘소뇌위축증’ 이라는 것. 청천벽력이었다.

더구나 이 병은 유전성과 산발성 두 종류가 있는데, 현모네는 유전으로 인한 가족 내 발병의 경우였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현모의 병 또한 같은 질환으로 드러났다.

 

 

 

둘째아이 생후 8개월 만에 하늘나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세상에 나온 지 겨우 8개월밖에 안됐던

둘째 아기도 시름시름 아팠다.

 

그렇게 고통받던 어린 생명은 어찌 손써 볼 새도 없이 이내 곧....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나 하늘나라로 갔다.


3년 전 남편과 떨어져 살기로 하고 친정에서 아들을 돌보고 있는

현모 어머니는 그래서 아들에게 더 미안하다.


“아픈 아이한테 아빠 얼굴을 자주 보여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


사형 선고와 같은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은 뒤 현모 어머니의 마음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희귀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부족이었다고

엄마는 뒤늦게 털어놓는다.

 

 

 

주변 가족ㆍ친지의 반응은 냉랭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할 필요 없다”며 아이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라는 말까지 했다. 그것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얼마나 소중한 한 생명인데···, 그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큰 고통과 지금 힘겹게 싸우고 있는 중인데···.’

“가정이 갈라졌어요. 서로가 한마음이 돼 역경을 헤쳐나갔어야 했지만 도저히 그럴 형편이 못되었어요.

합심이 어려웠죠.” 거동이 힘든 아빠는 그래도 이따금 지팡이를 짚고 현모를 보러 온다고 한다.


현모는 요즘 부쩍 자세의 변형이 심해졌다. 몸을 점점 가누지 못하게 되면서 고관절 탈구와 척추측만이 악화돼 간다.

그래서 엄마는 큰맘을 먹고 400만원이 넘는 특수휠체어를 주문했다.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된 어려운 살림이라 남들이야 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현모가 좋은

힐체어를 타고 하루라도 조금 더 편했으면’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결단을 내렸다.

현모가 덜 아플 수만 있다면 살아가는 동안엔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얼마 전 구청에서 쇼파에 벨트를 달아서 갔다 줬어요.

현모같이 병이 진행돼 몸을 가눌 수 없는 아이에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추가 비용을 부담할 테니 좀 쓸모 있게 고쳐줄 수 없겠느냐고 문의했더니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라 안 된다고 해요.

고맙지만 짐만 될 뿐이라고 다시 가져 가라고 말했죠.”


5년마다 바꿔주는 휠체어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사실 현모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되지 않는다.

병의 진행 속도가 그 5년이란 긴 시간을 기다려줄 리 만무한 데다, 특수 휠체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생색내는 전시 행정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들이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복지

정책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엄마는 이제 마음을 비웠고, 또 비우니 오히려 평온해졌다고 했다.

가족을 갈갈이 찢어놓은 극한의 고통도 이젠 ‘다 지나간 일.....

 세상에 대한 야속한 마음도, 원망도 모두 버렸다고 했다.


“현모 동생이 잘 못 됐을 때는 병원에서 의료진의 가운 자락을 붙잡고 싸우고 그랬어요.

4개월간이나 입원해 있었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아이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만 안겨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원망 안 해요. 그 병원에서도 최선을 다했을 텐데 하고 이해해요.”

 

하지만 돌아보면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고 막막했던 기억은 아직도 가슴에 응어리처럼 남아 있다.

병명조차 생소하니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초기에는 병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많이도 애를 끓였다.

묻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의사들에게 하소연도 하고···.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조바심마저 놓아버렸다.

“같은 사형선고라 해도 암 등의 질환과는 또 달라요. 희귀난치병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둘째 치고 병명이라도 세상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치료법을 찾기 위한 관심이라도 가질 수 있게요.”

 

 

그저 편안하게 하루하루 살아줬으면…

아직 치료법도, 세상에서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엄마는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아니 눈물마저 말랐다.

엄마는 갓난아기처럼 고개도 못 가누는 현모의 머리를 받쳐주며 살포시 안아준다.

 

 “지금 현모의 컨디션은 괜찮아요. 눈동자 감는 것도 다른 때보다 더 잘 하고, 흰자위만 보이는 것도 줄었고요.”

현모의 미세한 반응에도 엄마 얼굴엔 금세 작은 희망을 발견한 양 웃음이 번진다.


엄마는 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에 현모를 데리고 간다.

물리치료를 하기 위해서다.

콜택시가 집 앞까지 들어오지도 않는 후미진 시골집이라 엄마가 혼자서 아이를 안고 옮긴다는 것조차 만만치 않다.

 

20분간 물리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증세가 갑자기 호전될 리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에 안쓰러워 하지만, 엄마는 손꼽아 그날을 기다린다. 모처럼 “함께 바람 쐬러 나가는 기분”이니까.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마주칠 때면 현모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든다.

사람이 그리웠던 것일까. 현모가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안다.

“말이 없어도 알 수 있어요. 느껴져요.”

 

이제 소소한 세상에 대한 욕심은 다 버린 듯한 엄마에게도 단 한가지 바람이 있다.

“현모 동생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흡인성 폐렴이 와서 42도가 넘는 고열에 두드러기까지 나서 많이 아파했어요.

그때처럼 그러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갔으면···.” 엄마는 이내 말끝을 흐린다.

그리고는 아이를 꼬옥 감싸 안으며 속삭인다. “(그날까지) 너를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사랑해줄께.”



◆ 원인 및 증상


소뇌의 손상으로 근육 운동이 불완전해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움직임이 불가능해지는 질환이다.

운동 신경의 장애로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거나, 전혀 걸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손의 운동장애, 안구 운동장애, 언어장애도 나타난다.

 

유전성인 경우 대부분 상염색체 우성 유전을 하며 주로 20세 이후 발병한다.

드물게 상염색체 열성 유전을 하는 경우에는 20세 이전에 발병한다. 산발성은 대부분 40세 이후 발병한다.



◆ 진단 및 치료


대체로 가족력, 신체검사, MRI 검사 등을 통해 질환을 진단한다.

유전성일 경우 임신 중 염색체이상 검사나 양수 검사를 통해 변이형질이 있는지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발병원인이 분명치 않아, 뚜렷한 치료법도 알려져 있지 않다.

유전자 치료나 신경 줄기세포 이식과 같은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실험단계에 머문다.

보조치료로 물리치료, 보톡스 주사 등이 이뤄지고 있다


<출처 : 주간한국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