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웰컴투 동막골'은 2005년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말아톤'은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었고, '웰컴투 동막골'은 후반기 최고의 흥행 성적을 넘어 역대 최고 영화 흥행 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 두 영화는 모두 진한 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있다는 데서도 같다.
'말아톤'은 마라톤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초원이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어머니의 희생을 그리면서 감동을 자아낸다.
'웰컴투 동막골'은 이념의 대결을 넘어서서 동막골이라는 전원적 고향에서 잃었던 인간미와 순수성을 되짚어보게 한다.
두 영화는 억지스럽게 의미 부여하는 영화보다는 사람들은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원한다는 대중의 심리를 재확인
하는데 서도 일치한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이 영화들에는 모두 장애인, 정신 지체인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말아톤'에는 초원이(조승우 분)가 자폐아로 등장한다.
'웰컴투 동막골'에는 여일(강혜정 분)이라는 백치 소녀가 등장한다.
인민군과 국군의 대치 상황에서 정상인은 생각할 수도 없는 "쟈들이 친구나?"라는 여일의 상징적인 대사는 장안의 화제가
된지 오래다.
이들은 모두 영화 흥행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또한 공통점이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들은 그간의 영화와 드라마의 장애인에 대한 공통적인 모습을 재생산했다는 데에서도 일치한다.
물론 '말아톤'이 자폐아의 자아를 일반인들에게 알렸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루었다는 데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생각해 볼 점이 있다.
크게 두 가지 점이다. 초원이와 여일은 속없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웃는다.
이는 여일이 더 심한데 안면 근육이 조커처럼 그렇게 굳어진 것일까?
이러한 항상 웃는 얼굴을 통해 정상인이라는 많은 관객들은 기분이 좋아질지는 모르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줄 수 있다.
그들도 희노애락의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특히 동막골의 여일은 영화 속 희극적인 요소의 중심에 항상 있을 뿐이다.
순수를 통해 관객들에게 미소를 주던 그녀는 비극적 감동을 위해 죽고 만다.
두 번째는 그들은 감동을 위해 존재하지만 감동은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즉 그들의 시선으로 영화가 전개되지는 않는다. 일관되게 타자 지향적이다.
동막골의 여일의 경우, 사람들은 그녀를 "꽃을 꽂았다"라고 지칭한다. 이 말은 곧 정신 이상을 뜻한다.
그러나 꽃을 꽂는 행위가 이렇게 등치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왜 그녀는 꽃을 그렇게 꽂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초원이의 행동은 정상인의 관찰이나 묘사의 대상이지, 해석의 대상이나 시작의 주체화 대상은 아니며 감동을 주기만 하면
되는 듯하다.
여일의 경우, 그녀의 고민이나 생각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정상인들을 위해 감동을 주고는 사라지는 영화와 대중문화 속
장애인의 모습이 그대로 재생산 된 것이다.
장애인은 언제나 감동을 주는 소재로만 전락한다. 감동이 없으면 장애인의 현실은 없는 것인지.
시뮬라르크가 만들어내는 시뮬라시옹을 통해 영화는 대박을 터트린다.
장애인의 현실도 아직은 현실이 아닌 흥행을 위한 감동의 시뮬라시옹은 아닌가.
흥행을 할지는 모르지만 가상현실이 현실을 압도하는 주객전도는 끊임없이 그들을 소외시킨다.
[출처 - 글·김헌식(문화비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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