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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단다..... [2005-10-19 15:07]

이미피더 2009. 1. 15. 16:37

 

 

엄마는 무엇이는 할수있단다 - 정은혜씨



“잘 다녀와. 몸 조심하고….”

아이를 보내고 시계를 보니 아침 8시30분.

새벽 3시 가게 일을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목욕을 시키고 필요한 물건을 챙기다보니 눈 붙일 시간도 없었다.


둘째 성은(24). 사지가 거의 굳은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아들.

똑바로 설 수조차 없어 기어다녀야 하는데도 살려는 열정과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아이는 오늘 제주도 한라산 등반여행을 떠났다.

 

휠체어에 앉아 자원봉사자의 전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힘겨운 여정이지만, 아들의 소망이기에 2박3일 떠나보내기로 했다.

“얼마전에는 한 선교회가 주최하는 여름캠프도 다녀왔어요.

제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이면서도 또래들과 어울리고 자연속에 있는 것이 참 좋은가 봐요.”


장애 아들이 집에 있다는 걸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세상밖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도록 무던히도 애를 써온 어머니

정은혜씨(47·인천시 남동구 만수6동). 태연한 척 사람들에게 아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웃음을 짓기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세가 심해지는 아들을 지켜보는 일은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가 저 고통을 겪고 있으니 더 안타까워요.

어려서 ‘경기’를 하곤 했는데 그 영향으로 근육운동을 조절하는 소뇌 기능에 이상이 왔다고 해요.

초등 2학년 어느날 아이가 앞으로 걷지를 않고 옆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요.

그 전부터 서서히 악화되고 있었던 것같습니다. 그때부터 학교도 못가고….”


유명하다는 병원은 다 찾아다녔지만 뇌성마비의 일종이라는 진단이 전부였다.

수술도 위험하고, 뚜렷한 치료약도 없다고 했다.

몸 기능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무서운 경직이 시작됐다



소리를 질러대며 고통을 호소하는 아들의 온 몸을 주물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지가 뒤틀리며 굳어버릴 때 고통을 상상할 수 있으세요?

아이는 땀을 뻘뻘 쏟으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 도와줄 방법은 없고….”

 

걸을 수 없는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재활원으로 뛰어다니는 엄마의 사랑도, 치료비를 벌기위해 약한 몸을 이겨가며 장사를

하는 아버지(정운영·53)의 간절한 소망도 소용이 없었다.

지난 20여년간 서서히 굳어진 성은은 이제 오른손 둘째 손가락 하나만 제 의지대로 움직일 힘밖에 남지 않았다.


 어느 것 하나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심한 좌절과 절망속에서도 무엇이든 배우려는 성은의 의지는 놀라웠다.

엄마 역시 초등 기초실력이 전부인 아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초등·중학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기까지 엄마와 아들은 초인적인 노력을 했다.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중졸 검정고시 시험을 4시간에 걸쳐 보고 나왔는데, 맙소사! 아이가 앉았던 휠체어 바닥에 땀이

흥건하게 고여있고 아이는 물에 젖은 소금마냥 지쳐있는 거예요.

제 멋대로 움직이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갈 때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눈물을 참던 엄마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전국을 다 뒤졌지만 중증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있다해도 입소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거나 마음

놓고 맡기기에는 열악합니다.

 

성은이가 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해 한 사설 장애인재활시설에 맡긴 적이 있는데, 오히려 정신적·신체적으로 더 안 좋아진

경험이 있어요.

그러니 제 스스로 살아가도록 기본 학력에 컴퓨터 쓰는 법 등을 가르쳐야 했지요.”


장사하는 남편 뒷바라지를 하며 아들을 돌봐온 엄마도 건강을 잃었다.

척추 일부분을 인공뼈로 갈아끼우는 대수술을 두번이나 받아야 했다.

허리를 마음대로 구부릴 수 없는 불편한 몸이지만, 가게 나가기 전 엄마는 누워서만 지내는 성은이가 먹을 음료수·미음류를

컵에 일일이 담아 빨대를 꽂아놓고, 목욕을 시킨다.

 

 

 

“엄-마, 상을 엎-었-어-요. ”전화기속에서 더듬더듬 성은이 목소리가 들린다.

 심한 경직으로 내 뜻과는 상관없이 뻗치곤 하는 팔 다리 때문에 방에 있던 상을 엎곤 미안해하는 아들.

고생하시는 부모님 도와드리겠다며, 오른손 검지 손가락 하나로 하루종일 컴퓨터 자판을 눌러 겨우 한 통의 간절한 편지를

쓰곤 한다. 각 방송국에 보낼 사연들이다.


바짝 마른 채 힘든 나날을 보내는 동생이 안쓰러운 누나 미나(26).

동생의 몫까지 살아내려는 마음때문일까, 남다른 노력으로 대학을 과 수석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딸은 몸 약한 부모, 장애를 가진 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는 맏이로서 책임감이 큰 것 같아요.

 결혼하지 않고 가족들과 살겠다는 말을 하곤 해요.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집안 환경이 그러니 심리적 무게가 크겠지요.”


아들의 병명이 결코 ‘뇌성마비’가 아니라고 믿고 있는 정씨 내외.

아이의 병명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전문의사를 만난다면 반드시 치료의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오늘도

그 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출처 : /글·사진=인천일보 손미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