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야기들/아름답고 슬픈이야기

''딸의 돌까지 살겠다'' 약속은 지켰지만… ..... [2008/05/20]

이미피더 2009. 4. 23. 23:57

 

 

          MBC 가정의 달 특집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의 ‘엄마의 약속’편이 안방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엄마의 약속’편은 지난 2006년 9월 딸 소윤(1)양을 낳은 직후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다 끝내 세상을 떠난 엄마

안소봉(33)씨의 죽음을 넘어선 모성을 담았다.

 

안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지난해 5월 방송된 휴먼다큐 사랑을 통해서도 소개됐지만 안씨는 방송 다섯달 후 결국 숨을 거뒀다.

안씨는 지난 2006년 9월 21일 딸 소윤양을 출산한 직후 위암말기로 3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남편 김재문(30)씨는 아내가 암선고를 받자 마자 직장을 그만두고 병간호에 나섰다.

안씨의 유일한 소망은 딸 소윤양의 돌잔치 때 까지만 살겠다는 것이었다.

 

3개월을 넘어 기적적으로 생명을 이어가던 안씨는 지난해 봄 병세가 회복되는 듯 했다.

9월 30일 딸의 돌잔치를 하기로 한 안씨는 직접 장소까지 예약했고, 손수 바느질을 해 딸이 돌잔치 때 입을 옷까지 만들었다.

 

무엇보다 안씨를 안타깝게 했던 것은 엄마의 암투병 때문에 딸이 주위에서 축복받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한다.

남편 김씨는 방송에서 “소윤이가 자기가 태어난 탄생에 대한 축복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아내가 끝까지 돌잔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것은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할 새 생명이 엄마로 인해 탄생이 어쩌면 저주가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안씨의 병세는 점점 악화됐다.

지난해 9월 21일 소윤양의 첫 생일잔치는 엄마의 병상에서 치러졌고, 결국 가족들은 안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돌잔치를 취소했다.

돌잔치가 예정됐던 9월 30일 안씨는 급성 위출혈을 일으켜 응급 치료실로 옮겨졌다.

 

다음날인 10월 1일 오전부터 혼수상태에 빠졌던 안씨는 그날 오후 6시20분 눈을 감지도 못한 채 끝내 세상을 떠났다.

딸의 돌잔치까지만 살겠다는 ‘엄마의 약속’은 지켜졌지만 채 하루가 안돼 안씨는 사랑하는 딸을 두고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던 것이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 게시판에는 안씨 가족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시청자들의 글들이 쇄도했다.

‘서혜진’이란 시청자는 “(방송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계셨으면 한다”고 했다.

 

‘최은정’씨도 “엄마의 모성애란 정말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며 “고 안소봉씨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언제나 소윤이와 함께 하며 지켜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박한수’씨도 “안소봉씨가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의 모습이 밤새 눈에 밟혀 내내 잠을 설쳤다”며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당신. 엄마로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당신은 아름다웠다. 천국에서 행복하세요”라고 했다.

 

‘최규정’이란 시청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놔두고 가야하는 소봉씨의 마음도, 평생을 살면서 정말 사랑한 아내를 보내야만

하는 재문씨의 마음도, 남편처럼 의지하며 살았던 딸을 보내야 하는 (친정)어머니의 마음도, 그리고 ‘엄마! 엄마!’라고 부르지만 아직

엄마의 존재를 잘 모르는 소윤이의 모습도,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소윤이가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 ”고 했다.

 

 

또한 남편 김씨의 미니홈피(http://www.cyworld.com/again0921)에도 수천명의 네티즌들이 방문, 고인을 애도하며

소윤양이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담긴 글을 남겼다.

 

 

 

-다음은 남편 김재문씨가 19일 미니홈피에 올린 안씨의 마지막 편지 전문

 

------------- 아내의 편지 --------------
 
내딸 소윤아...
너를 낳고도 품에 한번 안아 보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여기 까지 왔구나
널 안아도 보고 모유 수유도하고 밤 낮이 바뀌어
힘들더래도 네곁에 있고 싶었는데....
 
어느날 우리딸 소윤이랑 처음으로 같이 밤을 보낸날
뱃속에 있을 때 불러 주었던 노래를 불러주었더니
스르륵 잠든 네곁에서 엄만 얼마나 울었던지..
"하나님 저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우리딸 곁에서 이렇게 얼마나 함께하고싶었는데..
하나님 어찌 저와우리딸에게 평범한 행복마저 빼앗아 버리는지..."
하며 엄만 너무나 가슴이 아파 터질것만같았어
그래도 지금은 엄마 아빠 없이도 튼튼하게 씩씩하게 잘자라준
우리딸 소윤이가 있어 엄만 너무나 행복하단다
 
제법커서 "엄마~아빠~"하며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오히려 엄마보다 더 씩씩한 딸이구나
처음엔 네가 커서 아픈엄마를보며 슬퍼할까봐
어서 우리딸이 모를때 엄만 하늘나라로 가고 싶었단다
 
그런데 이젠 아니야 우리소윤이가 처음으로 엄마품에서 폭안기며 잠이든 그날
그 느낌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엄만 이젠 욕심이나서 널 두고 가기 싫어졌어
이젠 꿋꿋하게 나아서 우리딸 곁에서 늘 지켜 주는 엄마가 되고싶어
 
우리딸 소윤아~~
지금은 함께이진 못해도 조금만 더 노력해서 우리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자
그때 까지 우리딸 소윤이도 건강하게 무럭 무럭 잘자라야해
늘 사랑하고 늘 그리운 우리딸 소윤아
이 세상 누구보다 제일 행복해야한다
사랑한다 우리딸 소윤아~~
 
 
 
내 남편 재문씨에게
우리가 만나고 사랑하던 그 시간...
그땐 정말 당신을 만나게 해준 하나님께 감사했어요 얼마나 행복하던지...
돈이없어 늘상 걸어다녀도 항상 라면에 김밥을 먹으며 여행을 다녀도...
내 곁에 당신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세상전부를 다 가진듯행복했어요
 
자기도 나도 둘다 이제껏 누리지못한 행복을
한꺼번에 하나님이 주신듯 행복했는데....
처음 진단받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당신이 두눈에 가득한 눈물을 참아가며
"당신 암이래 6개월정도 시간이 남았데.." 라고 말한 그 날
무서워하며 울부짖는 나를껴안고 당신이했던 그 말
"난 당신없인 못살아 어찌하든 난 당신을 살리고 말꺼야 꼭 !" 하며
소리쳐 울던 당신을 잊지못하겠어요
우리 에게 처음온 시련이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일인지....
당신도 나도 서로 얼마나무서웠는지...
당신과 우리딸을 두고 나혼자 어디론가 가야하다니
난 죽음이 뭔지 어디로 가야하는건지....
나혼자 가야 하는것이 얼마나 두렵던지.....
 
지금 이렇게 당신곁에 있어요
점점 당신이 아까워서라도 당신 두고 가기싫어요
나없이 행복할 수 없는 당신이기에 난 꼭 당신에게 행복을 주고 싶어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당신과 나 많이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당신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온것같아요
당신도 감당하기 힘든일이었을텐데
늘 웃으며 내곁에서 행복과 힘을 주는당신...
너무너무 고마워요
 
우리 여기서 그만두기엔 당신이나 나나
행복을 더 누려야 하는 착한사람이예요
꼭 이겨내서 우리가 잠시 잃었던 행복 우리딸과 함께 꼭 찾아요
고맙고 애처롭고 아까운 내사랑 당신...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싶어요
건강하게 씩씩하게 늘 웃음잃지말고 내곁에 있어줘요
착하고착한 내사랑 .. 정말정말 사랑해요....

[출처 - 조선일보..강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