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枯死木)이 마지막 남은 생명력으로 피어올린 '꽃'. 민주는 그렇게 피어난 꽃이다.
민주의 탄생은 모두에게 기쁨을 줬다.
그러나 그 앞길은 '축복'으로만 채워질 것 같진 않다.
민주의 부모인 송철민·최주현씨(26) 부부는 둘 다 중증장애인(뇌성마비 1급)이다.
엄마는 사지가 비틀려 민주를 눈으로 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22일자 영남일보 1면에 소개된, 출산을 두 달 앞둔 철민씨 부부의 애틋한 사연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아내의 몸에서 생명이 잉태됐다는 사실에 기뻐 어쩔 줄 모르는 철민씨의 이야기와 '애기는 과연 별 탈없이 태어날 수 있을까'
'양육은 누가 책임질까' 이런 것에 독자들의 염려섞인 관심이 이어졌다.
이 부부에게 지난 5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
건강하게 태어나 17일 백일맞아 지난해 10월 혼인신고, 결혼식도 없이 남구 봉덕2동 한 주택에 신접살림부터 차렸다.
지난 2월6일 오후 4시 민주는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체중은 2.78㎏, 부모의 염려와는 달리 민주는 건강했다.
평소 둘의 결혼을 반대했던 철민씨의 어머니도 손녀의 탄생을 외면할 수 없어 신생아실을 찾아 눈시울을 붉혔다.
배냇저고리, 젖병, 분유를 보내주는 주위의 따뜻한 온정도 이어졌다.
17일 밤 늦게 가든호텔 근처 어두컴컴한 골목 한 켠에 자리잡은 이 부부의 신혼 집을 찾았다.
골목 초입에 들어서니 자지러질듯한 민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휠체어용 경사로를 지나 현관 문을 들어서니 철민씨가 기저귀를 갈고 나서 젖병에 분유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운신(運身)이 힘든 철민씨는 로봇처럼 팔을 움직이며 어렵게 젖병을 만졌다.
보다 못해 손을 씻고 철민씨를 거들었다.
철민씨가 손을 떨면서 입에 젖꼭지를 물리자 민주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바라보던주현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市지원 이달부터 半으로 줄어....
17일은 민주의 '백일'. 백일 잔치는 지난 13일 조촐하게 치렀다.
철민씨의 어머니, 부부를 돕고 있는 전성순씨(49) 등 10명이 모였다.
수성동 오크베이비사진관의 배려로 백일 사진도 무료로 찍었다.
대부분 장애인들이 그렇지만 철민씨 부부의 생활도 어렵다.
철민씨가 한 단체의 간사로 일해 버는 월 10만원, 비영리 민간단체 후원금 20만원이 전부다.
이 돈 갖고는 민주 뒤치다꺼리도 버겁다.
최근 '나쁜 소식'도 있었다.
대구시가 매달 160시간씩 지원하던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5월부터 반으로 줄었다.
자부담 4만원도 추가됐다. 철민씨에겐 큰 부담이다.
아내가 보건복지부에 하소연했다.
홈페이지에 활동보조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현재로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 좋은데 철민씨가 부모님한테 얹혀 살기 때문에 수급 대상이 안된다는 게 봉덕2동사무소
측의 얘기다.
"건전한 시민으로 자라줬으면"
민주가 걷기까지 최소 2~3년간은 보모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재 유급 활동보조인 전성순씨(월 80시간), 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자녀양육도우미 서명순씨(주 8시간)가 민주를 돕는다.
자녀양육도우미 서비스는 이달이면 끝난다. 그럼 민주의 양육은 더 어려워진다.
철민씨는 "민주가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면서 애써 어려운 내색을 하지 않았다.
민주의 보모 역할을 하는 전씨는 이렇게 말한다.
"민주의 양육을 결코 이 부부만의 몫으로 돌려선 안 됩니다.
출산이란 어려운 선택을 한 장애인 부부의 용기를 사회가 따뜻하게 껴안아줬으면 합니다.
[출처 :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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