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과 난치병/뇌성마비

뇌성마비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③

이미피더 2009. 3. 31. 11:53

 

 

 

                               ▲뇌성마비 아동의 수술은 소아마비 수술에서 배운 원칙대로 한 뒤 변정을 교정했다.

 

오늘은 뇌성 마비에 대한 의사들의 생각 그 마지막 주제로 ‘정형외과 의사의 고해 성사’에 대하여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의 줄거리는 대강 이러합니다. 정형외과 의사로써 우리는 이렇게 치료하는 것이 옳은 줄 알고 치료하였으나, 시간이

흘러서 보니 잘못된 것이 있더라하는 내용입니다.

 

 

정형외과 의사로써


치료는 효과의 가역성을 놓고 볼 때, 가역적인 치료와 비가역적인 치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역적인 치료는 약물이나 재활 치료 같은 것으로, 뭔가 잘 못되었을 때 치료를 중단하면 원 상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비가역적인 치료는 그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치료 결과가 나빠지는 방향으로

간 경우에는 환자나 의사 모두 크게 낙담하게 됩니다.


정형외과의 중요한 치료 수단은 수술로써 이 수술이라는 것이 비가역적 치료의 대표적인 것입니다.

잘 된 경우에는 오랜 기간 좋은 결과를 유지하지만 잘못된 경우에는 잘 걷던 아이가 걷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게 옳은 줄 알았으나


뇌성마비 수술의 시발점은 소아마비에서 비롯하였습니다.

정형외과 의사들이 소아마비 환자를 수술하다 보니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었고 특정 변형에 대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첨족 변형(까치발 변형)을 예로 들면 발이 편편해 질 때까지 아킬레스건을 충분히 늘려주고, 발의 뼈 변형은 관절 고정술로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얻은 수술 원칙은 골변형을 일차로 교정하고 힘줄 수술을 이차로 해서 균형(balance)를 잡아준다.

그리고 변형은 충분히 과 교정해서 재발을 막아준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을 뇌성마비 아동에 적용해서 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가 80년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의사들이 가만히 보니까 뇌성마비 아이들은 골 변형이 거의 없이 근육만 강직이 있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강직이 있는 근육을 충분히 늘려서 강직을 줄여주면 좋겠구나 생각하고 뼈 수술은 생략하고 소아마비

수술에서 배운 원칙대로 수술하였습니다.

 

그래서 뇌성마비 아동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변형을 교정하다 보니 그림에서처럼 먼저 뒤꿈치 근육을, 일 년 후 에는

무릎 뒤 근육을, 또 일 년 후 에는 고관절 근육을 늘려 주었습니다.


이 변화 과정이 마치 다이빙대에서 점프하는 동작과 비슷하다 하여 ‘다이빙 증후군’이리 불립니다.

혹은 매해 생일을 병원에서 맞이하고 수술 받는다 하여 ‘병원 생일 증후군’(birthday syndrome)이라 불립니다.

 

 

시간이 흘러서 보니 잘 못된 것이 있더라


그런데 치료 결과는 소아마비 때와는 판이했습니다.

좀 절기는 했지만 잘 걷던 아이가 못 걷는가 하면, 심지어는 바로 서기 조차도 어려운 결과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90년대 들어서 보행 분석이라는 강력한 진단 수단이 생기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정형외과 의사가 열심히 수술해서 충분히

늘려 주었던 근육들은 보행 시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중요한 근육들로 최대한 보존하여야 했던 근육이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뇌성마비 아동에 특별한 새로운 치료 원칙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 원칙들은 이미 지난 칼럼에 언급해드렸던 바와 같이 SEMLS와 SMILE이라는 수술 원칙입니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80년대와 90년대 초, 중반에 잘못된 개념으로 뇌성마비 아동을 수술함으로써 상당수의 환아에서

비가역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많은 부모님들께서 수술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신 것도 이 시기의 호된 아픔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런 쓴 경험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치료의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그 결과는 놀랄만한 것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김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