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여행 - 철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
조류학자의 연구 활동이나 사진가의 촬영 여행을 뛰어넘어 이제는 일반인 대상의 탐조 여행상품도 인기다.
수천 수만 마리의 가창오리 군무(群舞) 등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도래지를 소개한다.
◆ 서산 천수만_겨울 철새의 1번지, 하늘이 좁구나
하늘을 가득 메운 가창오리 떼는 마치 흩뿌려 놓은 먹물 같다.
물론 가창오리의 멋진 군무는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군무를 펼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가창오리의 마음이다.
들면서 피라미, 물새우, 미꾸라지 등 많은 물고기와 다양한 수서동물, 대규모 농경지로 변한 간척지에 떨어진 낟알 등
철새들의
장관을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천수만의 겨울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철새들의 비상이 장관이다.
시베리아의 추운 날씨를 피해 남하한 수많은 철새들이 수면과 논바닥을 뒤덮고 무리를 지어 날 때면 마치 검은 비구름이 몰려
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또 저녁놀이 물든 붉은 하늘 한편으로 일제히 비상해 춤을 추는 철새들의 환상적인 군무는 탐조 여행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황새의 비상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시베리아의 동쪽에 자리 잡은 아무르 분지에서 번식하고 중국 화이난(淮南), 한반도,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황새는 습지대 물가에서 살며 민물고기를 즐겨 먹는데,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습지대 물가에서 혼자 혹은 두 마리 더러는 작은 무리를 이루며 생활하는 황새는 경계심이 강한 철새로 가까이 접근하면 별안간
놀란 듯이 그 흰 몸을 솟구쳐서 공중으로 사라진다.
예부터 황새는 어미 새가 늙으면 새끼 새가 자기를 키워준 세월만큼 어미 새에게 공양하여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
오고 있다.
큰고니 무리가 물에서 노니는 평화로운 모습에서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의 멋진 선율이 들리는 듯하고 날개를 퍼덕이며
우아한 날갯짓을 하는 모습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백조의 호수'가 연상되기도 한다.
특히 발로 물을 차듯이 뛰어 올라가며 하늘로 날아오를 때의 모습과 수면을 발로 차며 내리는 광경은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북녘에서 날아온 이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천수만, 이곳에서 무리 지어 나는 철새를 보며 우리네 꿈도 하늘 높이 날려 보면
어떨까.
탐조여행 - 가슴 벅찬 철새들의 비상
낙동강의 범람으로 생겨난 자연습지인 주남저수지에 들어서면 힘찬 날갯짓으로 수면을 박차고 하늘 높이 치솟는 수백, 수천
마리 철새들의 비상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겨울 석양에 물든 하늘을 등지고 남쪽을 양해 V자형으로 무리지어 날아가는 철새 떼의 모습은 잊지 못할 감동과 추억으로 남는다.
◆창원 주남 저수지
새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일몰 풍경 압권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고니,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는 물론 청둥오리, 가창오리, 큰기러기 등 20여 종의 철새가 하루 평균
3만∼4만 마리, 많을 땐 10만∼20만 마리나 몰려드는 주남저수지는 경치가 아름답기로도 이름 높다.
또한 삭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경을 초월하여 먼 시베리아로부터 날아온 세계적인 희귀조인 노랑부리저어새의 우아한
날갯짓과 청둥오리들의 평화로운 유영, 힘찬 비상은 단조로운 일상과 도심 탈출 욕망을 잠시나마 충족시켜 준다.
경남 창원시 동읍에 있는 주남저수지는 대개 주남(용산), 동판, 산남 저수지를 통틀어 말한다.
총면적이 600만㎡쯤 되는 세 저수지에는 붕어마름, 검정말, 개구리밥 등 수초가 풍부해 철새들에게는 천혜의 서식지다.
겨울철에도 저수지 수면이 쉽게 얼지 않아 월동하는 새에게는 최적의 보금자리다.
탐조는 철새보호원 초소 앞 전망대에서 주로 이뤄지며 이동식 무료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초소 인근의 생태학습관은 주남저수지를 찾는 탐조객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북으로, 저수지에서 봤던 새가 무슨 새인지 확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둑길에 설치된 전망대에 오르면 주남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수지 내 섬처럼 생긴 갈대밭 언저리에는 새들이 새까맣게 앉아 있고, 쇠오리, 큰기러기, 청둥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가창오리, 큰고니, 흰뺨검둥오리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매년 4∼6마리만 날아오는 노랑부리저어새의 자태는 아름답고 우아하다.
국제조류보호협회가 지정한 대표적인 절종 위기의 희귀조인 노랑부리저어새는 몸길이 70㎝ 안팎의 흰 몸에 주걱 모양의 검은색
부리 끝이 황색으로 습지, 갯벌에서 작은 민물고기와 개구리, 조개 등을 주 먹이로 하며 간혹 식물의 열매도 먹는다.
물속에서 부리를 좌우로 호를 그리며 움직이는 노랑부리저어새는 입을 벌렸다가 오므렸다 하며 송사리 따위를 잡아 삼키다가
별안간 공중으로 사라진다.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호수의 여왕으로 대접받고 있는 고니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진객이다.
일반 사람들이 흔히 ‘백조’라고 부르는 고니는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가을철이 되면 월동지인 한반도의 서해안을 따라 남하
하면서 이동한다.
동판저수지는 철새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겨울 저수지의 색다른 운치를 맛볼 수 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 풍경, 새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일몰 풍광은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대부분의 겨울 산야가 생기를 잃고 황량하지만 주남저수지는 겨울답지 않게 생동감이 넘친다.
날개를 퍼덕거리며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철새들의 비상은 겨울이 선사하는 드문 볼거리다.
▶해남 고천암호
_ 철새들의 마지막 둥지
갈대밭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남 고천암호는 철새들의 마지막 둥지다.
1990년대 후반 영산강 하구의 간척사업으로 바다와 갯벌이 드넓은 농토로 바뀌고 대규모의 담수호가 조성되자 수만 마리의
겨울 철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둘레 14㎞의 호수 주변의 무성한 갈대밭이 철새들의 훌륭한 은신처 구실을 하는데다 추수가 끝난 농경지에는 철새들의 먹이인
낙곡이 많아 가창오리 등 10여 종 20만여 마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고천암호 탐조여행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적격이다.
천수만의 호수가 얼기 시작하는 12월 말쯤이면 철새들은 금강, 주남저수지를 거쳐 이곳에 마지막으로 둥지를 튼다.
천수만처럼 가창오리 군무가 압권이다.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가 고향인 가창오리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쉬다가 먹이를 찾아
나서는 해질녘에 아름다운 군무를 펼친다.
▶순천만
_한반도 유일의 흑두루미 월동지
전남 남해안의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있는 순천만은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 탐조로 유명하다.
약 27㎢의 광활한 갯벌과 약 2.3㎢의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순천만은 남해안 개펄 가운데 자연생태가 잘 보전된 곳으로
흑두루미를 비롯한 검은머리갈매기, 저어새, 민물도요, 검은머리물떼새 등 200여 종의 철새들이 겨울을 난다.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무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순천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을이다.
해질 무렵 갯벌에 난 S자형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고깃배와 일몰을 배경으로 날아오르는 철새는 가히 절경이다.
▶서천ㆍ군산 금강하구
_생태체험장으로 적격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을 잇는 금강하구에는 가창오리를 비롯해 개리, 큰고니, 황조롱이,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쇠기러기 등
겨울 철새 50만~60만 마리가 매년 10월 중순 도래, 겨울을 나고 이듬해 2월 중순 번식지인 시베리아와 몽골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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