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25일 만에 병원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는 영혜는 일반적인 아이들의 기본적인 신체발달에 비해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아장아장 걸어본 적이 없는 발은 맨송맨 송한 평발로 발바닥조차 채 자리 잡지 못했다.
생후 21개월이 지난 지금 목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다.
영혜는 호적신고보다 입원수속이 빨랐던 아이다.
부모님은 이 병원 저 병원 쫓아다니느라,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넘고 두 달이 다 되어서야 벌금 1만 원을 내고 '영혜'라는 이름을
찾아줄 수 있었다.
영혜처럼 몸의 각 장기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자리잡기도 전에 기약 없는 투병에 나서는 희귀병 영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없는
연민을 자아내게 한다.
더구나 완치의 증거나 정상적인 생활로의 회귀가능성이 없이 생존만이 유일한 희망인 경우라면 그 답답함은 오죽할까.
매일 계속되는 발작과 경련 현재 영혜가 앓고 있는 병은 '소아조기성 간질뇌증'. 인터넷 검색을 해도 검색결과가 전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병이다.
어머니 김희선씨에 따르면 '소아조기성 간질뇌증'은 소아기에 대뇌피질이 제대로 발달이 안 되면서 생기는 병으로 뇌파가 매우 불규칙한
탓에 반복적, 만성적으로 발작·경련이 나타나는 병이라고 한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영혜의 발은 계속 가늘게 떨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큰 눈은 어느 한 곳에 제대로 초점을 두지
못했다.
예전에 이 병을 앓고 있던 2살과 4살 아이 둘이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은 영혜가 유일하다.
가까운 일본에는 현재 7살과 10살짜리 아이 둘이 '오타하라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과 투병중인데 그쪽에서도 특별한 치료법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간질증세를 잡게 되더라도 발달장애와 뇌성장애를 앓을 수밖에 없는 병이기에 어머니 희선씨의 아픈 심중은 헤아리기도 힘들 건만,
겉보기만으로는 그런 아픔은 전혀 없는 듯, 당차고 씩씩해 보이기까지 하다.
"생후 한 달이 안 돼 발병을 시작해 서울대병원에서 12시간 동안 뇌파 촬영을 받았고, 4개월 뒤에 MRI 촬영까지 마치고서야 최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어려움이 닥치나'하며 절망적인 생각뿐이었죠.
하지만 생각을 바꾸고 기도하면서 저 스스로 많이 바뀌더라고요.
그래도 아주 조금씩이나마 상태가 호전되고 몸도 커가는 것을 보면서 또 제가 이 병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에요.
요즘은 '내가 기쁘면 아기도 기쁘고, 내가 슬프면 아기도 슬프다'고 믿으며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희귀병에 대한 관심 절실해"
마음가짐은 그렇다지만 희선씨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처음 병원에 다녀온 그날부터 시작된 병원생활은 엄청난 경제적 압박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영혜와 엄마가 집에 있던 날은 단 37일.
장기간 입원하다 보면 정말 넉넉한 집이 아닌 이상 누구나 허덕이게 된다.
지난 2005년 영혜네 집에 청구된 병원비는 3000만 원이 넘는다. 희선씨는 이렇게 말한다.
"실사를 통해 내실 있는 보건정책이 수립되길 바랍니다.
제가 의료급여 1종 수급자지만 우리 아이가 먹는 15가지 약 중 8개가 비급여입니다.
장기간 입원이 필요한 희귀병 환자들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의료정책, 특히 희귀병 환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자식이 기쁘게 살아가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힘을 내고 희망을 찾는 그녀.
또렷이 엄마를 보며 환히 웃는 영혜를 안아 볼 수 있는 날이 어서 와 주길….
[출처 : 오마이뉴스/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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