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관련정보/장애우 관련소식

수정같은 수정이의 미소를 찾아 주세요...[2006-04-06 19:54]

이미피더 2009. 1. 17. 22:21

 

 

 

4년 전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나버리기 전 수정이는 단지 또래보다 좀 작고 얼굴이 하얗던 귀여운 아이였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인 이수정(10·경기 안산시 초지동)양은 또래보다 아주 작은 체격인 키 110㎝에 몸무게 22㎏이다.

 

아빠, 엄마는 수정이가 처음 태어났을때 작지만 오똑한 콧날이 마치 작은 천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줄넘기를 좋아하던 그저 평범했던 아이에게 2002년 9월은 혹독하고 기나긴 시련의 시작을 알렸다.

 

월드컵 4강 진출로 나라 전체가 온통 떠들썩했던 어느날 아빠가 트럭을 몰고 지방으로 일을 나간 사이 엄마는 수정이와 오빠만 있던

집에서 갑작스레 쓰러지고 말았다.

수정이와 당시 초등학생이던 오빠 현섭(14·현재 중1)이 엄마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결혼 전 봉제공장을 다닐 때 걸린 천식 때문에 엄마는 이날 갑작스런 발작증세가 찾아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이 넘도록 삶의 끈을 놓지 않던 엄마는 수정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그해 11월결국 수정이 남매와 아빠를

세상에 남겨놓고 떠났다.

 

불행은 잇따라 찾아온다고 했던가.

수정이 가족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 보내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던 수정이는 얼마 후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작고 여린 마음이 감당하기에는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이 너무 큰 산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약국에서 지은 감기약을 먹으며 수정이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참고 견뎌냈다.

그런데 두 달이 넘도록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찾아간 병원에서 아빠와 수정이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혈소판 등의 문제가 있으니 규칙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트럭을 운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아빠 이병춘(38)씨는 당시까지만 해도 수정이가 걸린 병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고 밤낮 가리지 않고

트럭 운전대를 잡으며 가정을 지켜나갔다.

 

혼자 생계를 꾸려가며 아이들 엄마 노릇까지 해야만 했던 이씨는 어쩔 수 없이 수정이의 치료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수정이는 지난해 8월 백혈병의 일종인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과거에 전백혈병 등으로 불리었던 희귀병 국내에서의 발병 빈도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백혈병만큼의 빈도로 추정되며 진단

사례가 계속 늘고 있는 병이다.

 

대부분 급성백혈병으로 진행하며 일단 진행되면 골수이형성증후군을 거치지 않은 급성백혈병보다 치료효과가 좋지 않아 평균 수명도

1년 이내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발병 초기인 수정이에게는 아직까지 희망의 불씨는 남아 있다.

바로 골수이식 수술이다.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지난달 오빠의 골수를 검사했지만, 이식불가라는 판정이 나왔다.

가족 중에는 수정이에게 골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현재 전문기관에 제공 희망자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수정이는 현재 고려대 안암병원 격리병동인 무균병실에서 투병 중이다.

 

아빠가 일을 나간 뒤 돌아올 때까지 수정이는 병실 한 쪽 벽면에 나있는 작은 창을 통해서만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창문 너머 나뭇가지의 파릇파릇한 모습을 보며 입원했을 때보다 바깥 세상이 따뜻해졌으리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요즘 수정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빠를 보고 싶지만 개학한 뒤 바빠진 학교생활 때문에 가끔 전화로만 통화하고, 그리운 마음을 담아

화장지에 편지를 쓰곤 한다.

"오빠! 보고 싶어. 오빠 보고 싶어…"

 

아빠가 지방으로 일을 다니느라 수정이는 오빠와 단둘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다.

둘이서 함께 밥 먹고 설겆이하고, 공부하며 오누이는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수정이가 화장지에 쓴 편지에는 엄마의 빈 자리를 자신이 채워야 한다는 어린 소녀의 기특한 마음도 묻어난다.

"아빠!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운전 조심하세요. 그리고 사랑해요…"

 

수정이가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빠와 오빠, 수정이는 엄마가 잠들어 있는 안산시립묘지를 한 달에 한두 번씩 찾곤 했다.

엄마의 손길을 그리워 할 어린 남매지만 함께 있는 아빠를 생각해 서로 눈물을 흘리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아버지 이씨는 먹고 사는 게 바빠서 딸아이가 이 지경이 되도록 손을 쓰지 못한 것에 너무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

이씨는 "먼저 간 아내에게 면목이 없다" 며 "수정이가 하루빨리 나아서 현섭이랑 같이 셋이서 등산을 다니고 싶다.

산 정상에 올라 넓은 세상을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도 수정이는 작은 병실 안에서 유일한 친구인 토끼 인형과

대화하면서 장래 피아노 선생님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출처 :한국일보 2006-04-05 11:3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