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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는 뇌성마비에 ‘기적의 주사 .... [2006-08-01 10:18 ]

이미피더 2009. 1. 19. 18:38

 

 

 

지난 7월 오전 서울 연세세브란스 재활병원 4층 소아재활병동의 오락치료실에 네댓 명의 어머니가  모였다.

 

한 어머니는 채 두 살도 안된 아이를 들쳐 업었고, 다른 어머니는 보행 보조기구를 착용한  대여섯 살짜리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들이 탄 휠체어를 밀고 있는 어머니도 보였다.


 모두 소아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이들이다.

 

 

오늘은 몇 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아이들에게  ‘기적의 주사’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 제제 시술을 받게 하는 날이다.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0시경 마취가 시작됐다.

 

의사들이 환자의 주사지점 주변 부위에 연고를 발랐다.

 

주삿바늘이 피부를 찌를 때 느끼는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 차례는 수면제 복용. 쓰디쓴 주황색 물약을 먹이기 위해 어머니와 아이들 간에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다. 


“오렌지 주스야. 얼마나 맛있는데~.” “우리 아들 좋아하는 아기공룡 둘리 노래 부를까?”

 

토하고 삼키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 끝에 수면제를 마신 아이들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제서야 어머니들은 숨을 돌렸다. 이제 순서를 기다려 주사를 맞는 일만 남았다.


몸 왼쪽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편마비 환자 재호(가명ㆍ5)는 이날 두 번째로 주사를 맞았다.

 

2003년 3월, 근육마비로 발바닥이 땅에 닿지 않는 일명 까치발(첨족)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다리에 한 번 맞은 이후

 

3년 만이다.


“2~3일 지나니까 딱딱했던 발바닥 근육이 부드러워지더라고요. 효과는 있었는데 너무 비싸서 망설이다 큰맘 먹고 다시 왔어요.

 

” 어머니 장혜영(가명ㆍ34)씨는 당시 시술비를  80만원 정도로 기억했다.


이번 시술 부위는 다리가 아닌 팔. 재호는 보조기구의 힘이라도 빌려 걸을 수 있지만 바로 옆 현수(가명ㆍ9)는 몸을 가누지

 

못해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었다.

 

 

 

 

대구에서 올라온 어머니 박정옥(가명ㆍ49)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다른 치료비를 대느라 엄두가 안 났다”며 “다리에

 

철심을 박는 수술이 끝나고 한숨 돌리게 돼 이번 시술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수도 팔에 주사를 맞는다.

 

"가격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주사 맞고 나면 몇 개월간 팔을 움직일 수

 

있다니 그게 어디냐”며 박씨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보툴리눔 톡신 시술을 받은 소아 뇌성마비 환자는 모두 6명.


시술은 간단한 듯 보이지만 경직된 근육 부분에 정확하게 주사를 놓아야 해

 

매우 정교한 기술이 요구 된다. 

 

 

 


시술을 맡은 연세세브란스 재활병원 박은숙 원장은 “어린 환자의 경우, 주사를 놓아 근육의 경직성을 약화시키고 관절운동 등

 

재활 훈련을 병행하면 일상 생활에 큰 무리가 없을 만큼 활동성이 좋아진다” 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통조림이 부패하면서 발생한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천연 정제 단백질의 일종이다.


근육을 수축시키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해 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명칭보다 ‘보톡스(Botox)’라는 상표명으로 더 유명하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톡신을 정제한 미국 제약회사 엘러간의 제품 이름. 국내에서는 일부 연예인 등의


시술 소식 등이 입소문을 타며 일명 ‘주름 펴는 주사’로 알려져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뇌성마비에 웬 보톡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보툴리눔 톡신은 생각보다 쓸모가 많다.


미용 쪽에서는 잘 알려진 얼굴 주름 제거 이외에 사각턱과 종아리 교정, 다한증(多汗症) 치료 등에 사용되며, 치료 분야에서는

 

소아 뇌성마비 근육교정과 목 근육 이상, 전립선 비대증, 편두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미용 분야의 비중이 크지만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미용 성형을 목적으로 한 시술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1973년 최초로 발견된 보툴리눔 톡신의 약효 역시 미용이 아닌 치료 부문에서였다.


당시 미국 안과의사였던 앨런 스코트는 보툴리눔 톡신을 주사한 실험용

 

원숭이의 안검 경련(눈가 근육 이 수축돼 떨리는 증세)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이 물질의 효능을 확인했다.

 


이후 보툴리눔 톡신은 1980년대 각종 근육 경련과 사시(斜視) 치료를 위한

 

약품으로 본격 개발됐고 1989년 보톡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보툴리눔 톡신이 주름 개선의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캐나다에서

 

부터. FDA는 2002년 보톡스를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 승인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95년. 올해로 11년째에 접어든다.


이때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제품이 보톡스였다.

 


현재 보톡스 이외에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제품은 모두 4종.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보프입센이 만든 디스포트(한국입센 수입)와 중국 난주 미생물연구소가 제조한 BTXA(한올제약

 

수입), 그리고 보톡스(대웅상사 수입)가 삼파전을 벌였으나 올 7월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메디톡스개발하고 태평양제약

 

판매권을 획득한 메디톡신이 출시되면서 보툴리눔 톡신 전쟁에 가세했다.

 

 

이로써 400억~500억원대로 추정되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은 하반기 들어 새로운 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보툴리눔 톡신이 처음 어떤 용도로 개발, 사용됐는지와는 무관하게 국내 보툴리눔 톡신시장은 두 가지 면에서 독특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우선 미용 부문의 사용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효능을 치료와 미용 의 두 가지 부문으로

 

나누었을 때, 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의 사용량은 ‘치료 대 미용’의 비중 이 대략 7 대 3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4 대 6으로 역전돼 있다. 미용 부문의 수요가 굉장히 높은 데 반해 상대 적으로 치료 용도로 사용

 

되는 비율은 낮은 것. 때문에 우리나라는 도입 시기가 그다지이르지 않았음에 도 불구하고 미용 분야 보툴리눔 톡신 시술에서

 

수년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산지와 제조사를 불문한 모든 제품, 심지어 성분 자체가 전혀 다른 물질까지 ‘보톡스’라는이름으로 통칭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보톡스는 타사 제품이 수입되기 전 5~6년간 사실상 한국 시장을 독점해왔다.


국내에서 보톡스라는 말이 보툴리눔 톡신과 동의어처럼 쓰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보툴리눔 톡신이라는 명칭 자체가 낯설고 기억하기 어려운 점, 독소(毒素)라는 뜻인 ‘톡신’이 포함돼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치명적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처음 보툴리눔 톡신 시술을 전파한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대신 보톡스를 시술 명칭으로

 

사용해왔다.

 


2006년 현재 보톡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미용 부문 기준). 독점의 특혜가 사라지고 저가 공세를

 

펼치는 다른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초창기에 비해 입지가 다소 위축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엘러간 측은 병원 등 시술 현장에서 타사 제품이 보톡스와 혼동돼 사용되는 등 직ㆍ간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 최근 들어 환자들에게 ‘상표명 보톡스’를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보톡스 정품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정품 인증 카드가 그 한 예다.

[출처 : 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