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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조기구 "작은 도움이 큰 꿈을 영글게 해요"..[2007-05-08 14:08]

이미피더 2009. 1. 28. 15:40

 


 

            장애인에게 희망의 디딤돌 제공하는 보조기구산업, 정부서 정책 뒷받침 해야

 

 

8년 전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민철(가명ㆍ뇌병 변장애 1급)이는 극심한 경직성 장애로 누워 있기도 힘든 상태였다.

하도 누워만 있어서 귀는 짓이겨졌고,  피마 저 흘 렀다.

 

그렇게 심한 장애의 몸으로 당시 장애아동을 위한 공동생활 가정(그룹 홈)에 맡겨졌을 때 아이는 어린 마음에도 이런 생각을 했다. ‘부모에게도 버림 받는구나. 다 포기하고 싶다.’ 당연히 선생님이 ‘공부하자’고 해도 아이는 ‘내버려두세요’라고 응수했다.

 

“나중에 버스 토큰이나 팔며 살겠다”면서. 아닌 게 아니라 선생님이 아이에게 뭘 가르치고 싶어도 그러한 중증 장애 아동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던 아이의 삶에 예기치 않은 기회가 왔다.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의 지원으로 특수 휠체어를 갖게 된 것이다.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도록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변형이 된 몸을 지지해주고 보호해줘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바른 자세를

유지시켜 주는 휠체어였다.

 

그 휠체어 하나로 민철이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왔다.  그는 컴퓨터로 글자로 써서 재단에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이 휠체어를 탔던 날 이후 저는 더 이상 누군가가 무엇을 먹여 주어야 하는 예전의 생활을 안 해도 됐습니다.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가령 제가 혼자 밥을 먹는다든지 혼자 컴퓨터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예전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으니까요.

아주 작은 것도 꿈꾸지 못했던 제가 이제는 커다란 꿈을 꿉니다.”


민철이의 선생님은 아이에게 꿈을 심어준 특수휠체어에 대해 “단순히 보조기구가 아니라 ‘미래’를 열어준 소중한 디딤돌”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처럼 이후 아이의 꿈에는 날개가 달렸다.

 

올 봄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그의 꿈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그는 “보조기구로 인해 삶의 영역이 넓어지고 선택의 폭이 달라졌다”고 기뻐했다.


장애인의 독립생활과 직업, 사회로의 통합이 강조되면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장애인 보조기구의 제도적 정비와 산업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교육이나 직업같이 장애인의 활동성과 상호교류를 가능케 하는 장애인 보조기구의 발전은 독립생활과 사회적 통합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지난 4월 18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한ㆍ독 장애인 보조기구 심포지엄 및 전시회’에서 캐린 에버스 마이어 독일 노동부 장애

인정책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보조공학 선진국의 장애인정책 담당자의 이러한 인식은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국내 보조공학의 현실에 비춰볼 때 시사점이

크다.     “장애인 보조기구의 연구와 발전은 국가의 지원 의무”라고 장애인 권리협약을 통해 규정하고 있다.



대상 인구 늘지만, 지원은 미국의 2000분의 1 불과


최근 국내의 장애 인구는 급격한 증가세다.

보건복지부 이상영 장애인정책관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장애 인구는 최근 5년 사이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여성 및 노령 장애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한 이러한 국내 보조기구가 필요한 대상 인구의 규모는 전체 장애인의 50.2%에 해당하는 108만 명.

여기에 노인 인구 250만 명을 합쳐 358만 명을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보조기구를 지원하는 주요 4개 부처(보건복지부, 노동부, 국가보훈처, 정보통신부)의 공적 급여 제도의 총

지출 규모는 517억원(2005년 기준). 미국의 2002년 98억 달러와 비교할 때 2,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고시하고 있는 보조기구 품목 수도 미국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미국 494종, 한국 277종).

게다가 지급 품목과 자격 기준이 극히 제한돼 장애인의 수요 충족에 크게 못 미친다.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오도영 연구실장은 “보건복지부에서 무료로 교부하는 보조기구는 품목이 5개로 한정되어 있고,

지급액도 최고 45만원 이하로 정해짐으로써 이용자들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보조기구 산업의 활성화는 중요하다.

고령화 시대, 웰빙 시대의 경향에 따라 보조기구의 국제적 시장 규모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를 제외한 미국, 일본, 유럽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 현재 약 4조~5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국내 재활보조기구

관련 시장도 연 평균 9.0% 정도의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이상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 전략개발단장은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인프라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

집약 산업의 제조 경쟁력이 높은 만큼 집중 지원ㆍ육성할 경우 상대적인 우위가 가능하다”며 “아시아권 및 세계 시장 개척과

새로운 시장에 대한 선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전시회에서는 컴퓨터 보조기구, 이동 보조기구, 의사소통 보완 및 대체 기구 등 각국의 최첨단 보조기구 전시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은 기구를 시연해보며 편리성에 감탄을 보내면서도 ‘그림의 떡’이라며 고가의 가격에 대해 아쉬워했다.

 

전시회 중 가장 인기를 끈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고 뒤로 누울 수도 있는 전동휠체어의 가격은 1,600여 만원. 장경수(39) 씨는

“좋은 줄 알지만 자동차보다 비싼데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오길승 센터장은 “우리 기업들이 생산ㆍ개발에 뛰어들면 가격이 하락해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필요한 기구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국내 산업의 발전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출처 : 한국일보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