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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아담한 보금자리 찾기까지 ..... [2008/04/24]

이미피더 2009. 4. 10. 23:12

 

                                                 ▲최주현씨 가족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최주현

 

 

에이블뉴스는 장애인시설의 비리 운영과 인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고발된 이후에 주목한다.

비리 시설에서 살아왔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또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설에서 나오거나, 집에서 독립하려면 가장 먼저 살 곳이 있어 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 노동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에게 거액의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현실성 있는 장애인 주택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에이블뉴스는 제2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는 특집을 진행한다.

 

지난 몇 년 사이 나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10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했고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를 가진

엄마가 되었고 우리 가족의 아담한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렇게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자립생활을 하기까지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내집 마련 수난기]③대구시 남구 최주현(여·27)씨

 


시설에서 영원히 못나갈 줄 알았다


나는 시설에서 자랐다. 시설에서는 생활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은 잠이 안와도 정해진 규칙대로 시간이 되면 잠들어야 하고 밥을 먹기 싫어도 밥 때가 되면 정해진 양을 먹어야 했다.


행사가 있을 때만 시설 밖을 나갈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 내가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시설을 꼭 나가고 싶다고 생각 했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시설에서 살았고 아무런 연고가 없기 때문에 시설을 영원히 나가지 못할 수도 있을 거란

두려움도 늘 있었다.


 

 

자립생활 접하면서 장애인운동에도 참여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은 특수학교를 다닐 때였다.학교 때부터 우리들은 학교의 베스트 커플이었고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던 사이였다.


하지만 남자친구 집안의 반대로 결혼허락을 받을 수 없었고 우리는 부모님 마음을 움직일 때까지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다.

고등학교까지 졸업하자 나는 시설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 체험홈으로 생활공간을 옮기게 되었다.


시설에서 운영하는 기관이었지만 시설의 생활보다는 자유로웠다.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장애인자립생활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자립생활 기반을 만들기 위한 여러 집회에도 참여하였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던 남자친구와도 전국 단위 집회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남자친구 부모님들의 마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내가 있던 체험홈의 생활기간이 끝나고

시설로 다시 들어가야 했다.

시설을 나와서 살고 싶었지만 시설에서는 좀처럼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아이 먼저 갖고 시댁 찾아


어쩔 수 없이 남자친구와 나는 큰 결단을 내렸고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남편은 배가 불러오는데 우리 사이를 막겠냐며 집에

들어가 함께 살자고 하며 나에게 힘을 주었다.


시설에서는 계속 말렸지만 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서는 보내주었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는 이렇게 치열했고 때로는 여자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많은 아픔과 걱정들을 안고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든든한 남편과 함께 시댁에 갔지만 시부모님들은 여전히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으셨고 서로가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시댁은 아파트였고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두 층 사이에 서는 엘리베이터여서 휠체어가 다닐 수 없었다.임신을 했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는 길이면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두 사람이 도와야 했다.


접근성이 되지 않아 너무 힘들었고 뱃속의 아기도 위험할 것 같아 결국은 휠체어가 들어 갈 수 있는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편의시설 갖춘 집 찾기 '하늘에 별 따기'


시어머니께서는 활동보조인에게 집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셨는데 보조인이 이곳저고 다녔지만 접근성이 되는 곳이 별로

없었고, 된다 해도 장애인에게는 집을 안주겠다며 거부당했다.

 

결국 집을 구하지 못해 속만 태우다 시어머니가 세놓는 방에 살고 있던 사람을 나가라고 하고 그리고 옮기게 되었다.

그 집도 대문에서부터 턱이 있었고 현관에도 덕이 있어서 개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시어머니께서는 불편하더라도 그냥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하시며 개조를 반대하셨다.


보조인 한명이 도와서는 외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난 두 달 동안 방안에만 있어야 했다.결국 남편과 나는 안 되겠다며

우리가 먼저 개조를 하고 시어머니께 말씀드리기로 했다.


개조를 하는 과정에서 시어머니께서 먼저 아셔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도록 개조를 마쳤다.

지금은 휠체어를 타고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고 친구들도 집에 놀러 올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우리 예쁜 아기가 좀 더 크면 유모차에 태워 나들이도 갈 수 있다.


 

 

아늑한 보금자리 만들었지만 막막한 현실은 계속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 우리 세 식구는 행복하게 살고 있다.아마 나와 같은 많은 장애인

들이 집에서, 시설에서 자립생활을 하기위해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족 또한 아늑한 보금자리는 만들었지만 앞으로 아이를 키우고 살아가는 데 있어 장애인 부모로서 막막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살 공간을 마련하고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 모두가 장애인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어렵고 장벽들이 많다.

자립생활은 한 순간의 행복한 장면이 아니기에 앞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하고 이런 것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의

이야기들을 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이 글을 보내주신 최주현(여·27)씨는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광역시 남구 동덕2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제28회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나의 내 집 마련 수난기’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원고료 10만원.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 뉴스 기고/최주현]

 

 

 

 

 

♧ 내가 지켜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