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노아에게 이르시되 모든 혈육 있는 자의 강포가 땅에 가득하므로 그 끝날이 내 앞에 이르렀으니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하리라.
너는 잣나무로 너를 위하여 방주를 짓되 그 안에 간들을 막고 역청으로 그 안팎에 칠하라.
5000년 만에 다시 '노아의 방주'가 완성됐다.
재앙의 대상이 '하나님의 홍수'가 아니라 '핵전쟁을 비롯한 인류의 위협'으로 달라졌을 뿐, 인류를 멸망으로부터 구원하고자 하는 목표는
신학자들이 주장하는 기원전 3000년경 노아의 방주와 그대로다.
북극해에 자리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
'추운 해안'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곳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건 다른 무엇보다 지난 1년 여의 공사를 마치고 최근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 국제 종자 저장소 덕분이리라.
예측 가능한 암울한 미래.즉 핵전쟁이나 소행성의 충돌, 태풍과 홍수를 포함한 가혹한 기후변화 상황 하에서도 지구 상의 다양한
식물군의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만든 이곳. 어찌보면 인류 최후의 보루가 될지도 모르는 시설이다.
그런 이유로 노르웨이 정부는 향후 200년간 일어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 하에서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국제 종자 저장소를
설계했고 해발 130m 높이에 120m의 긴 터널을 뚫고 튼튼한 콘크리트로 건설했다.
핵전쟁 등 인류에게 대재앙이 닥쳤을 때 ....후손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각종 씨앗을 저장하는 이 창고는 노아의 방주와 대비되며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로 불린다.
그렇게 오픈한 이곳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소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450만종 1억개 이상의 씨앗이 수집, 저장되고
이곳의 운영 원칙은 간단하다.
이곳에 종자 저장을 원하는 국가나 단체가 종자 저장을 의뢰하면 별도의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고 저장해 준 다음 필요할 경우무상으로 이런 종자들을 다시 인출해주는 것.
이 저장고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돼 북극의 얼음이 다 녹더라도 잠기지 않도록 산 속으로 120m 들어간 지점에 지어졌다.
특히 추운 지역의 깊은 산 속에 저장고를 건설해 대재앙의 여파로 시설이 작동을 멈추더라도 자연냉동이 가능하다.
냉동상태에서 보관된 종자들은 각기 싹을 틔우는 능력에 차이를 보인다.
깊이 50m의 동굴 안에 너비와 길이 각각 4.5m, 두께 1m의 강화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눈보라, 움직이는 빙하, 북극곰의 공격에도
안전하다.
전세계 2000여개 넘는 종자은행 산재
가장 안전한 장소에 최대한 많은 종자를 보관하는 것은 모든 나라의 꿈이다.
특히 지난해 9월 필리핀 종자은행이 태풍으로 소실되면서, 각 나라들은 안전성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2000여개가 넘는 종자은행이 운영중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단일 종자은행으로는 세계 최대다.
농진청은 현재 17만 5000점 수준인 종자수를 50만점까지 늘려,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한편 세계적인 종자전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한다는
포부다.
농진청 관계자는 "각 지역에 산재한 중소규모 종자은행들과 연계해 종자를 중복보유하며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올해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유전자원 1700여점을 미국에서 들여오는 등 개체수 확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하 18도에서 보관되며 쓰여질 날을 기다릴 씨앗들......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인간에게 한가지 안전망이 추가됐다는 차원에서 이런 프로젝트의 등장은
어쩌면 이미 암울한 미래는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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