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 10일 오후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제를 마친 학생, 시민들이 고인의 영정을 앞세우고 '고시 철회, 한미 쇠고기
즉시 재협상, 국민 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리는 서울시청앞 광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10일 저녁 8시 30분]
"망각의 세월, 한열이가 깨웠다"
이한열 열사 영정, 시청 앞에 도착... 시민들 환호 고 이한열 열사의 영정이 21년만에 시청 땅을 밟았다.
연세대학생 1000여명을 비롯한 시민 2000여명은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앞세우고 저녁 7시 30분께 서울시청 광장에 도착했다.
연세대를 출발한 지 1시간여만이다.
현재 이한열 열사 대형 영정은 후배들의 손에 들려 6·10 촛불 행사가 열리고 있는 시청광장 후미에서부터 천천히 맨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열을 맞춰 앉아있던 시민들은 이한열 열사에게 자리를 비켜주면서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있다.
시민들은 21년 만에 이한열의 등장이 감개무량한지 디카와 폰카 등으로 일제히 촬영하고 있다.
'87년 6월항쟁 참여자 일동'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사람들은 맨 뒤쪽에서 이한열씨의 영정 사진을 반겼다.
87년 당시 6월 항쟁 때 거리에 있었다고 밝힌 김수영씨는 "우리가 깜박 잊고 있었는데 한열이가 죽은 뒤에 한 번도 시청광장으로
데려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서 "망각의 세월이었는 데 오늘 후배들이 한열이를 다시 데려와서 가슴이 찡하다.
이러한 세대간의 소통도 이명박 정부가 덕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피 2~3초만에 '다운'
저녁 8시 30분께, 촛불 문화제 사회를 맡은 박원석 광우병대책회의 상황실장의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와대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았으나, 이미 다운돼 버렸다.
불과 2~3초만에 네티즌들이 동시에 접속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의 힘'이다.
▲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 태평로, 청계광장을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가득 채운 가운데
열린 뒤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30만 촛불 드디어 켜졌다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있는 곳이면 모두 촛불로 가득 찼다. 30만 촛불대항전이다.
다시 나왔다.
"시민들이 이렇게 자발적일 수 있을까 참여하면서도 놀랐다. 늦은 밤 분리수거에 쓰레기 청소까지 하는 언니·오빠들 보면서 감동받았다.
고시생인데 나오지 못해서 촛불을 켜놓고 공부한다는 언니도 있었다.
든든하다. 하지만 저 앞에 컨테이너를 봐라. 얼마나 답답했으면
국민들이 촛불을 켜고 청와대로 가려고 하겠나.
뜻을 잘 알아야 한다. (주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청와대 인사 몇명을 교체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관 교체하라는 거 아닙니다. 국민들의 요구, 재협상
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들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하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30만개의 촛불이 한꺼번에 높이 떠오른다. "와아~~~"
현수막과 집회 구호가 적힌 피켓을 붙였다.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한 시민.
▲ 10일 오후 경찰이 설치한 '콘테이너 장벽'에 한 시민이 촛불 그라피티(벽그림)를 그리고 있다
[13신 : 밤 9시 35분] "여기는 국경선, 미국의 코리아주입니다"
'경축 08년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
세종로에 10개의 컨테이너 박스가 길을 가로막자 시민들은 이를 '명박산성'이라 이름 붙였다.
한 시민은 전화통화를 하며 지인에게 "여기 명박산성 앞인데 이리로 와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명박산성'에는 시민들의 수많은 성토 낙서와 손팻말 등으로 가득하다.
"이러라고 준 세금이 아닌데 철거는 다 니 돈으로 해라 쥐박아"
"이 곳은 국경선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미국의 코리아 주입니다."
"요즘 쥐는 집도 크군. 고철 덩어리 뒤로 숨은 대통령 국민에게 포위당하다 영원히 나오지 말기를"
한편 컨테이너 박스에는 비폭력을 강조하는 피켓들도 붙어있다. "비폭력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도장이 찍힌 퇴고통지서도 여럿 붙어있다.
'퇴고 대상자 : 이명박
주주총회 결과 : 회사를 말아먹기 전에 해고를 결의하고, 가결되어 서면으로 통지합니다.
아울러 딴나라팀의 해체와 홍보팀의 조중동씨, 불법입국자로 판명된 뉴라이트씨의 해고 및 추방통보도 전달합니다.
시행일시 : 지금 당장 '
또한 저녁 8시 40분경에는 30여명의 시민들이 가로 2m, 세로 1m, 높이 50㎝ 정도의 스티로폼을 90개 정도 가져와 컨테이너 위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그만 둘 것을 요청했다.
3분의 2 높이까지 올라갔던 한 시민은 그 말을 듣고 내려왔고, 스티로폼은 금방 50m 뒤쪽으로 치워졌다.
한편 9시 7분께 '명박산성' 너머에서 경찰의 해산방송이 들려왔다.
"이 곳은 서울의 중심부입니다. 촛불집회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신속히 해산하여 주십시오."
이에 시민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으며 "해산하랍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 행진을 하고 있다.
[14신 : 밤 9시 50분]
헤아릴 수 없는 촛불인파, 행진 시작... 서울 도심은 '용광로'
밤 9시 20분, 종로·청계천·광화문·시청 일대를 가득 채운 50만명(주최측 추산 60만명)의 시위대는 사직동·안국동·서울역 등 세군데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참가자가 많아 행진을 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될 정도다.
행진 시작에 앞서 컨테이너 건너편에 있던 경찰은 스피커로 해산을 촉구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집회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교통에 불편을 겪고 있는 다른 시민들을 생각해서 적극적입 협조를 부탁합니다.
신속히 해산해 주십시오."
경찰 방송이 나오자 시민들은 야유를 퍼부으며 "닥쳐라"를 연호했다.
앞서 촛불문화제의 마지막은 촛불소녀와 87년 '넥타이부대'였다는 한 시민이 장식했다.
두 사람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것을 경고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오만과 독선을 멈추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만약 이명박 정부가 국민에게
항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500만, 1000만이 참여하는 대형 항쟁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들은 "오늘 6월 20일까지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의 협상을 무효화하고 미국과 재협상에 나설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면서 "만약 20일까지 재협상을 벌이지 않으면 국민들은 항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나섰다. 강 의원은 "21년 전 독재권력에 맞선 대항쟁을 우리가 지금 다시 재현하고 있다"면서 "이명박은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려는 기만적인 전술을 멈추고 돈보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그것을 거부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씨와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종기씨도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배씨는 "21년 전 싸웠던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어린 학생들까지 모여 민주주의를 외치는 모습이 너무나 장엄하고 아름답다"며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우리같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들 덕택에 오랜만에 가슴 뿌듯하고 그 동안 살아왔던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촛불을 들며 환호했다.
박정기씨 또한 "독재 권력에 대한 싸움이 끝난 줄 알았는데 21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며 " 시민들의 힘을 다시한번 보여주자"고 말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 태평로, 청계
광장을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가득 채운 가운데 세종로네거리 청와대 방향이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바리케이트로 막혀 있다.
[15신 : 밤 10시 40분]
금속노조 선동한 한 여고생... 노동자들 "이뻐부러"
촛불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촛불이 도로를 따라 강을 이루고, 그 강은 붉은 바다로 모여든다. 방향도 알 수 없다.
전경에 막히면 돌아가고, 또 돌아간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한없이 행복하다.
밤 9시 40분 종각 사거리. 세종로를 출발한 안국동 행진 행렬은 차례차례 종각 사거리를 돌고 있다.
마치 같은 행렬이 반복해오고 있는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선두 행렬이 지나간 지 40여분이 지났다. 조계사 근처와 안국동까지 왕복 6차선을 촛불이 가득 메웠다.
비구니들이 지나간 뒤에 수녀들이 행렬이 이어지고 386넥타이 부대가 지나가면 촛불소녀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깃발을 들고 지나간 뒤에 대학생들이 이어지고, 그 뒤를 공무원들이 잇는다. 세대와 종교·직업, 그 어떤 것도 초월하고
있는 행렬이다.
서대문 쪽으로 이동한 촛불 행렬은 경찰청 앞에서 잠시 섰다.
기상천외한 '컨테이너 방벽'을 적용한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청수는 나와라" "어청수는 나가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즉석에서 자유발언 대회를 가졌다.
청와대 주변의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한 여학생이 나섰다. '고3'이라는 그는 투쟁력이 가장 센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금속노동자들을
'선동'했다.
이에 울산에서 올라온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롯한 금속노조 440여명의 대의원들은 "이뻐부러"를 외치며 화답했다.
현대자동차 대의원 이모씨는 "그 동안 최근 몇년 사이 민주노총이 작살나고 투쟁력이 많이 상실됐는 데 어느새 고등학생들이 우리
노동자들을 선동하는 시대가 왔다"면서 "부끄러우면서도 놀랍다"고 말했다.
이청준씨도 "최근 우리 노동자들이 얼굴을 못 들고 있다"면서 "다시 선봉에서 열심히 싸울 수 있도록 현장 조직화에 노력하겠다,
하도 많이 지치고 의기소침했 데 서울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들 행진이 서대문 고가도로 밑을 지날 때 고가 위에 있던 100여명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고 차량도 경적을 올려
지지의사를 표시했다. 한 노동자는 "우리가 얼마만에 이런 지지를 받아보는지 모르겠다"면서 겸연쩍어 했다.
"내가 아직 어리지만 이명박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집에서 공부해야 할 시간이지만 거리에 나오는 이 시간이 아깝지 않다. 벌써 한달 째인데 이제 노동자 여러분들이 앞장서서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빨리 끝내달라. 우리가 응원할 테니 노동자 여러분들도 지치지 말고 싸워달라."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0일 밤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규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마친뒤 청와대로 행진하다가 삼청동 동십자각
앞의 컨테이너 박스에 막히자 컨테이너 박스에 태극기를 붙이고 있다.
▲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서울 세종로네거리 부근 골목길을 막고 있는 경찰버스에 집회 참가자들이 파손하지 말것을
요구하는 익살스런 글이 적힌 현수막을 걸어 놓았다.
[16신 : 10일 밤 11시 45분]
명박산성 앞에선 "돌아가지", 조선일보 앞에선 "찌라시"
도도하던 촛불 물결을 멈추게 한 것은 육중한 컨테이너였다.
세종로에서 종각사거리를 지나 안국동까지 흘러온 촛불은 옛 <한국일보> 사옥 근처에 쌓아둔 컨테이너 앞에서 멈췄다.
아스팔트 바닥에 용접해 붙여놓은 컨테이너 때문에 시위대는 꼼짝없이 막혀있다.
이 컨테이너 벽에 틈은 전혀 없다. 2층으로 쌓아둔 터라 바로 앞 동십자각이나 삼청동도 볼 수 없다.
시위대는 컨테이너에 발라둔 그리스를 접착제로 활용해 각종 손팻말과 소형 태극기, 낙서판 등을 붙이고 있다.
포스트잇을 이용한 낙서도 컨테이너를 가득 메웠다.
자원봉사자들은 인화성 물질인 그리스에 촛불이 붙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시위대 선두는 컨테이너 앞에 있지만 후미는 안국동 사거리에서 꺾여 조계사를 지나 종각 사거리까지 뻗어있다.
시위대는 목을 축이거나 자리에 앉아 "이명박은 물러가라" "재협상을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방송차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한나라당 타격을 위해 출발했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다.
서대문쪽의 행렬도 광화문 쪽으로 이동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이 전경차량의 기름통을 부숴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촛불을 들고 안전지대를 확보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에 대해 "프락치가 한 짓"이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 10일 밤 서울 시청 앞과 광화문 일대에서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벌어진 가운데
조선일보 사옥 출입구 앞에 각종 쓰레기와 피켓, 스티커 등이 마구 붙여져 있다.
한편 청와대로 향하던 시위대 일부가 방향을 바꿔 조선일보사로 향했다.
시민 500여명은 촛불을 들고 조선일보사로 몰려가 "<조선일보> 찌라시" "<조선일보> 폐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300여명은 아예 자리에 앉아서 구호를 외쳤다.
한 시민은 자유발언에 나서 "조중동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그러기 위해 광고주를 압박해서 조중동을 폐간시키자"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4층의 한 창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사진을 찍자, 시민들은 "불 꺼" "쓰레기" 등 성난 야유를 퍼부었다.
<조선일보> 측은 중앙 현관 쪽에 10여명의 경비를 세워둔 상태다.
또 양쪽 주차장 입구는 철제로 만들어진 삼각 바리케이드와 쇠못이 박혀있는 4중 장애물을 설치해놓았다.
전경버스에 가로막힌 것은 촛불만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시민들은 전경버스 앞에서 "평화집회 보장하라" "불법주차 단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 시간 가까이 집회를 가졌다.
전경버스가 서 있는 골목 한 켠에는 이런 상황을 다소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지역 주민 10여명이 나와 있었다. 행촌동 주민들이다.
행촌동에서 신문배달업을 하는 정아무개(62)씨는 "매일 밤 10시 30분이면 서울신문사 앞으로 나가 신문을 받아 배급소로
배달해야 하는데 거의 한달 째 저 버스 때문에 차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 영감이 매일 밤 서울신문사 앞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서울신문사 앞까지 나간다"며 "굳이 여기도 막아야 되냐,
우리는 약속시간을 한번이라도 못 지키면 계약이 취소되기 때문에 매일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매일 전경들에게 차 좀 빼달라고 말하면 그 전경들은 윗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한다"며 "어제 고래고래 소리치니
한 경찰 관계자가 오늘만 참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자가 "시위대 때문에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정씨는 "이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김아무개(49)씨는 "여기에서 식당을 하는데 시위대 때문에 시끄러워서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또 매일 밤 시끄러워 잠도 못자고 무슨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너무 불안하다"고 한탄했다.
이어 김씨는 "하지만 매일같이 이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주민들만 죽어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시위대 의견을 수용하고, 시위대도 청와대로는 이제 그만 좀 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옛 한국일보 근처 컨테이너에 막혀 잠시 쉬던 시위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막아? 그럼 우린 논다"라는 분위기, 즉석 '힙합 파뤼'가 펼쳐졌다.
한 청년이 무대 위에 올라가 큰 목소리와 힙합 노래로 흥을 돋웠다. 촛불이 환호한다.
"say, ye~~~~" "ye~~~~"
"say, yeyeye~~~" "yeyeye~~~"
시위대가 열광하자 청년의 목소리도 더욱 올라간다.
"여러분의 꿈을 믿습니다. 끝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 여고생들과 대학생들의 발랄한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종각 사거리는 여전히 촛불들이 넘실대고 있다.
아스팔트에는 오늘의 낙서용품 '분필'이 등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누군가가 놓아둔 분필 박스에서 분필을 꺼내 아스팔트에
개성있는 낙서들을 하고 있다.
시위대들은 또 조계사 앞 거리와 종각사거리, 종로1가에서 세종로에 이르는 길 중앙선을 따라 촛불 세우기를 진행하고 있다.
기다란 촛불 중앙선이 거리를 밝히고 있다.
▲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
태평로, 청계광장을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가득 채운 가운데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로 중앙선에 수천개의 촛불을 길게 줄지어 놓아두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종로 1가를 따라 종로3가 쪽으로 행진하고 있으며 많은 단체 참석자들이 거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즉석
시국토론회를 열고 있다. 광화문 '명박산성'에서도 500여명이 모여들어 1시간 넘게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명박산성을 넘어야 하는가, 넘지 말아야하는가'가 주제이다.
컨테이너를 넘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가 그동안 한달동안 싸웠는데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는가. 이명박이 컨테이너를 설치하면 우리는 그냥 돌아가야 하는가.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이 광화문 사거리도 허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그냥 돌아가야 하는가.
이에 대한 반론도 다시 제기된다.
"조중동은 우리가 무엇을 해도 반대해왔다.
우리가 비폭력을 주장해도 저들은 우리를 '불순분자'로, '배후조종으로 움직이는 자'로 격하시키지 않았나."
찬반양론이 격화되고 있지만,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더 많은 박수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또 조선일보사 앞에서도 200여명이 모여 <조선일보> 성토대회를 열고 있다.
한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1천여명의 학생들은 10일 오후 8시30분께 여의도 광장에 집결해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광주 5·18에서 총을 들었던 시민들을 '폭도'라고 하지 않듯이 폭력과 비폭력을 나누는 기준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게 아니다.
오늘 50만명이 모였을 때 진정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 지 이명박 대통령께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쪽은 이렇게 반론한다.
"촛불 문화제가 지지를 얻었던 것은 그동안 비폭력 기조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쇠파이프를 들고 컨테이너를 넘으면
조중동은 바로 우리를 '폭도'로 매도할 것이다. 우리의 순수한 뜻이 훼손될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다시 제기된다.
"조중동은 우리가 무엇을 해도 반대해왔다. 우리가 비폭력을 주장해도 저들은 우리를 '불순분자'로, '배후조종으로 움직이는 자'로 격하시키지 않았나."
찬반양론이 격화되고 있지만,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더 많은 박수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또 조선일보사 앞에서도 200여명이 모여 <조선일보> 성토대회를 열고 있다.
한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1천여명의 학생들은 10일 오후 8시30분께 여의도 광장에 집결해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0일 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펼쳐들고 세종로네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 11일 새벽 1시 40분]
명박 산성 앞 스티로폼 연단... 그 용도는?
새벽 1시부터 세종로사거리 앞에 '스티로폼 연단'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인근에 있던 길이 1m, 높이 50㎝의 스티로폼은 시민들의 머리에서 머리로 길게 이어져 옮겨지고 있다.
새벽 1시15분 현재 4m 이상 높이의 연단이 세워졌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맨 위쪽에 올라가 스티로폼이 안전하게 쌓여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비폭력"을 외치며 "스티로폼을 쌓지 마라"고 외치고 있다.
이 스티로폼을 쌓기 시작한 배경은 이렇다.
그 이전까지 컨테이너 앞에서 시민들은 '명박 산성'을 넘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컨테이너를 넘어가자는 쪽은 "청와대로 향한다"는 상징적 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스티로폼을 사용할
것이면 컨테이너와 비슷한 높이의 연단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50개의 스티로폼을 이용해 약 4m 높이의 연단이 마련됐다. 시민들은 이 곳에서 일단 자유발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단을 컨테이너 쪽으로 밀어붙여 컨테이너를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시민들은 "내려와"를 외치고 있고 또다른 시민들은 "더 올려"를 외치고 있다.
촛불 문화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양초공장과 함께 서울 광화문 근방의 편의점들이다.
수십 만의 인파가 문화제를 한다면 당연히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기 마련. 먹을거리와 심심풀이
땅콩을 찾는 촛불의 행렬로 인해, 근처의 편의점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단 1초도 쉴 틈이 없다.
가장 바빠 보이는 곳은 광화문 사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GS 25시'. 교보빌딩 맞은 편에 위치한 이 곳은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줄관리 아르바이트생까지 쓰고 있다.
편의점 안 쪽이 너무 비좁기 때문이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사람들이 조금 빠졌다 싶으면 편의점 문 앞에 줄서있는 사람들을
한두 명씩 가게 안으로 모시고 있다.
그는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짧게 말한 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거기 서 있으면 좁으니 좀 비켜주셔야겠다"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종로1가 르메이에드 종로타운건물 1층에 위치한 '세븐일레븐'도 사정은 마찬가지. 편의점 앞에는 컵라면을 먹는 '촛불'부터, 둥그렇게 모여앉아 과자와 맥주를 즐기는 '촛불'까지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편의점 안은 말할 것도 없다.
폭이 10m도 안 되는 편의점 안에 20m가 넘어 보이는 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곳에는 6명 이상의 종업원들이 밀려오는 사람들을 감당하고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직원 백아무개씨는 "정말 바쁘다, 끝이 없어 보인다"며 "원래 근무시간이 밤 10시까지인데 새벽 1시가 된
지금까지 못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계전 소라광장 뒤쪽에 있는 '세븐일레븐'도 숨 돌릴 틈이 없다.
편의점 안에는 시민들을 기다리며 미리빼놓은 과자 박스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직원인 허종화씨는 "평소에는 1~2명 정도의 인원을 쓰는데 오늘은 4명의 인원을 가동하고 있다"며 "주로 맥주와 음료가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뒤편에 있는 '세븐일레븐'도 직원 2명의 움직임이 매우 분주했다.
메인 파트타이로 일한다는 길범진씨는 "엄청나게 바쁘다"고 짧게 말하며 계속해서 바코드를 찍었다.
편의점이 아닌 일반 슈퍼마켓도 한가할 리가 없다. 청계광장 뒤쪽에 있는 신성슈퍼는 아예 얼음물을 밖에다 내놓고 팔고 있었다.
이 곳의 주인 아주머니는 혼자 일하고 있었고, "바빠서 얘기할 시간이 없다, 미안하다"고 말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11일 새벽 2시]
"이대론 집에 못 간다"... 시위대, '스티로폼 탑' 계속 높여
컨테이너 앞에 모인 3000여명의 시민들은 그냥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들이 스티로폼 연단 위에서 자유발언을 진행하려고 하자, 아래에 있던 시위대는 반발하고 나섰다.
시위대는 "더 쌓아라"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라" "이대로 집에 못 간다" "자유발언만 하려면 탑을 왜 쌓았냐" "우리들이 모두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 청와대를 향해 소리를 질러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잠시 회의를 한 뒤 "컨테이너 쪽으로 스티로폼을 더 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위대는 환호했다.
대부분의 스티로폼은 컨테이너 쪽으로 옮겨진 상태다.
이 탑이 다 쌓이면 2층으로 쌓아올린 컨테이너 높이와 비슷해진다.
박래군 활동가는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해 세심하게 탑을 쌓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은 채 탑이 쌓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11일 새벽 3시 10분]
<조선일보> 정문 막아버린 쓰레기..."폐간하라"
<조선일보> 앞엔 쓰레기 더미가 쌓였고, "폐간하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 정문 앞에는 시민들이 붙여놓은 '조중동 폐간' 스티커가 빼곡하게 붙었다.
정문 앞은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 때문에 사람이 드나들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코리아나 호텔 뒤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는 새벽 1시 20분부터 30여 분간 <조선일보>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 50여 명이 주축이 됐다. 시민들 뒤로는 <조선> 경비팀 직원 10명이 나와 이들을 지켜봤다.
한양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손경수(25)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연설에서 '권력에 빌붙은 자들은 모두 성공했다'고 하는데, 이는
<조선>을 두고 하는 말"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월급쟁이로 아파트 장만하는 게 나의 꿈인데, 이를 깨는 세력 또한 <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젠 <조선>이 나쁘다는 걸 누리꾼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잘 알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안티조선 운동을 했다는 오영애(49) 국민참여네트워크 상임의장 역시 <조선>을 성토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화를
말했다.
"3·4년 전 쯤 조갑제씨가 너무 이상한 기사를 써서 이 곳을 찾은 적이 있다.
그 때 서정갑씨와 함께 점심을 먹고 이를 쑤시고 있던 조갑제씨를 만났다. 우리는 스티로폼 피켓을 들고 그에게 항의했다.
그 때 서정갑씨가 총을 쏘아 모두 놀라 흩어졌다.
다음날 <조선>은 정말 대단했다.
스티로폼이 갑자기 쇠파이프로 바뀌었고, 우리와 부딪치지도 않았던 서정갑씨는 깁스를 했다고 했다.
우리 일행 3명은 폭행죄로 벌금형을 받았다."
발언은 이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은 "아들이 '<조선>은 왜 나쁘냐'고 물어보기에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모든 정보를 얻고 판단을 내리는데, 거짓말하는 언론은 정말 나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30여 분간 자유발언을 한 후, <조선일보> 본사를 향해 함성과 함께 "<조선일보> 폐간하라"고 여러 차례 외쳤다.
▲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故 이병렬씨 분향소를 찾아 추모하고 있다.
▲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방향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바리케이트를 넘기 위해 11일 새벽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일부 시민들이 스티로폼을 옮겨 연단을 만드려고 하자 또 다른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만류하고 있다.
[11일 새벽 3시 50분]
한 계단씩 올라가는 '스티로폼 연단'.... 4시간여 토론, 시위대의 선택은?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컨테이너 옹벽' 앞. 시민들은 4시간여동안 그곳에서 토론을 벌였다.
넘어갈 것인가, 넘지 말아야 할 것인가.
결국 새벽 3시 30분 현재 일부 시위대가 컨테이너 박스 위로 올라간 상태다.
한 시위대는 컨테이너 박스 위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컨테이너 꼭대기를 향해 스티로폼 계단이 차곡차곡 올라가고 있다.
이제 4~5개의 스티로폼만 쌓으면 컨테이너 꼭대기에 닿을 것으로 보인다
▲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11일 새벽 태평로 조선일보사앞을 왜곡보도에 항의하는 의미로 스티커와 쓰레기로 막아 놓았다.
시위대는 계단이 올라갈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계단이 서서히 완성되면서 시위대가 몰리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일단 내려오라"고 소리를 치고 있다.
스티로폼 계단은 기자와 시위대가 몰려 몹시 혼잡하다.
"올라가라"는 시민들과 "내려오라"는 시민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한편 <오마이뉴스> 편집국에는 전화를 통해 스티로폼 계단을 올리는시위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 11일 새벽 서울 세종로 사거리 컨테이너 장벽 앞에 스티로폼 블럭으로 계단이 만들어졌고 그 위에서 인권단체 활동가가
시민 자유발언 진행을 위해 연설을 하고 있다.
[23신 : 11일 새벽 5시 25분]
7시간 마라톤 논쟁의 끝... 명박산성에 꽂히는 깃발
▲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들 중 일부가
11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를 막고 있는 경찰 컨테이너 바리케이트앞에 스티로폼을 쌓아 놓았다.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청와대 앞을 육중하게 가로막고 있던 이순신 동상 앞 컨테이너 박스 위에는 깃발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다.
고려대학교, 노동자의힘, 국민대, 인하대, 서울대 인문대…. 광화문 일대에 나부끼는 깃발이 명박산성 위에 꽂히고 있다.
7시간 여동안에 걸친 길거리 마라톤 논쟁도 끝이 났다.
결국 시위대는 난상토론 끝에 컨테이너 박스 위에 깃발만 꽂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격론을 벌였던 시민들은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안전 문제를 염려하면서 비폭력을 주장했던 시위대와 컨테이너를
넘었다는 상징을 보여주자고 주장했던 시위대가 절충안을 마련한 것이다.
현장에서의 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했던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스티로폼 논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절충안이 마련되기 직전 그를 잠시 만나봤다.
-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인가.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컨테이너에 직접 올라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시민들과 토론한 결과 컨테이너 바로 앞에는 스티로폼을 쌓지 않기로 했다. 상징적인 퍼포먼스만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뒤에서 일부 시민들이 갑자기 밀어붙여서 컨테이너 앞까지 왔다."
-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시민들은 굉장히 넘어가고 싶어하고 청와대로 가고 싶어한다. 사실 나도 비슷한 입장이다.
하지만 사고가 걱정되기 때문에 시민들을 자제시키고 있다. 조금 진정된 상태여서 다행이다.
시민들이 나름대로 균형을 잡고 있고 자율적인 자세로 정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일부 술을 드신 분들과 토론 문화에 익숙치 않은 분들이 있는 것같다. 좀 전까지만 해도 정말 걱정이 많았다.
우리가 이 판을 벌여놓은 상황에서 만일에 사고가 난다면 촛불대행진의 큰 뜻이 훼손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 밤 11시경부터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 '스티로폼 논쟁'이 벌어졌는데 그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주의는 반대 의견과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사실 민주적인 의견 조율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이렇게 광장에서의 직접적인 토론을 통해 서로가 배워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만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책임도 따르는 것인 만큼 이 점도 같이 배웠으면 좋겠다."
- 오늘은 어디까지 가는 것이 맞다고 보나.
"오늘은 컨테이너 위로 올라가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이곳에 연단을 쌓은 채 자유발언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올라가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흥분한 상태에서는 사고가 날 수 있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는 게 좋을 것 같다."
[24신 : 11일 새벽 5시 55분]
"우리는 촛불 들고 '08혁명' 달성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시민, 학생들이
11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컨테이너 바리케이트 설치를 비난하며 '소통의 정부, 이것이 MB식 소통인가' 글이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7시간 동안 논쟁거리였던 컨테이너 박스 앞 스티로폼 연단은 하나둘씩 해체되고 있다.
한 개의 스티로폼만이 컨테이너 박스 위에 올려졌다. 그 가운데에는 태극기가 꽂혀 있다.
컨테이너 앞쪽에 있는 3000여명의 시위대는 새벽 5시 30분께 태극기를 꽂은 뒤에 애국가를 합창했다.
앞서 시위대 30여명은 대형 현수막을 들고 컨테이너 박스 위에 올랐다. 그 현수막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소통의 정부, 이것이 MB식 소통인가"
시위대는 먼저 시민들을 향해 현수막을 쫙 펼쳤다.
아래에 있는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시위대는 청와대 쪽을 향해 펼쳤다.
시민들은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외쳤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6월항쟁 21주년을 맞아 열린 촛불문화제를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내가 봤을 때 '08혁명'이다. 프랑스의 68혁명이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대학평준화이다.
정치적으로는 보수 정권인 드골정권이 들어섰다. 정치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물론 문화적으로는 억압에 저항하고 권위를 부정하고 자율성과 창발성이 발현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 68혁명을 통해 반전평화 이슈가 전세계적으로 퍼졌다.
우리가 든 촛불의 의미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길거리 실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억압의 민주주의에서 자유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누구의 지도와 권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외쳤다. 혁명이다."
[보강 : 11일 새벽 6시 50분]
경찰 진압 시작... 곳곳에서 몸싸움 시작돼
세종로사거리가 술렁이고 있다. 11일 새벽 6시 20분부터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전경은 서대문 방면에서 나와 시위대를 압박한 뒤 곧바로 컨테이너 박스 앞쪽에 배치돼 5000여명의 시위대를 시청 방면으로
밀어내고 있다.
곳곳에서 "대오를 유지하세요"라는 말들이 터져나오고 있고 전경과의 몸싸움도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예비군복을 입은 시민들이 맨 앞에 서서 전경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다.
대열 뒤쪽에 위치해있던 시민들은 거리 연좌시위에 돌입했다. 하지만 경찰은 계속 시위대를 밀어내고 있다.
망치소리도 들리고 있다. 인부들이 컨테이너 사이를 연결했던 용접 부위를 떼어내고 있는 것이다.
[26신 : 11일 아침 7시 30분]
시민들은 거리에서 '꾸벅꾸벅'... 경찰은 컨테이너 해체작업
소강상태다. 500여명의 시민들은 광화문사거리를 점거한 채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거리에서 밤샘을 한 시민들은 도로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거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찰은 방송 차량 2대를 동원했다. 방송차량에서는 연신 다음과 같은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러분들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겪을 교통장애와 보행불편을 생각해 보십시오.
인도를 이용하여 지금 즉시 신속하게 해산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시위대가 해산한다고 해도 컨테이너 박스를 완전 제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저기서 컨테이너 사이의 용접 부위를 떼내는 망치소리가 들린다. 지게차가 컨테이너 1개를 실었고, 해체작업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시위대가 새벽에 컨테이너 박스 위 스티로폼에 꽂아놓은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는 전경 맨 앞줄은 헬멧을 벗고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그 뒤줄부터는 앉아서 쉬고 있다.
이런 대치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
현장 취재 : 최경준 전관석 박상규 선대식 송주민 기자 / 총괄 : 김병기 김미선 기자
사진 취재 : 권우성 남소연 유성호 기자
동영상 취재 : 김윤상 김호중 문경미 박정호 기자/ 총괄 : 이종호 기자 편집 : 권박효원 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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