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관련정보/장애우 복지,정책,정보

“그래도 희망은 있다”…감춰졌던 대한민국 장애인 시설

이미피더 2009. 7. 17. 21:34

 

 

                        [장애인 200만시대, 갇혀있는 장애인⑦] 베스트 오브 베스트 '울산의대, 세브란스병원'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싸워야 할 대상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집을 나설 때부터 만나는 아파트 문턱, 높기만한 엘리베이터 버튼, 언제 올지 모르는 저상버스, 장애인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왜곡된 차별까지….


대한민국 장애인은 혼자서는 영화를 볼 수도, 병원을 갈 수도, 마트에서 장을 볼 수도 없다.

그들에게는 아직도 ‘도움을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메디컬투데이와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 건국대학교 장애물없는생활환경만들기 연구소가 동행한 ‘실생활에서 만나는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 그래도 어둠 속 한줄기 빛같은 희망들을 만날 수 있었다.


 

 

◇ 완벽에 가까운 편의시설 ‘울산대의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의 발견은 이번 실태조사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국내 1위의 국립서울대학교보다, 기타 어느 명문 사립

대학교 보다 월등한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더 놀라운 사실은 울산대의대에 단 한명의 장애인학생도 없다는 점이다.

당장 이 시설을 쓸 사람은 없지만, 미래에 쓸 누군가를 위해 미리부터 준비을 해두고 있는 셈이다.


울산대의대는 입구부터 남달랐다.

의대 건물 입구에 계단이 없음은 물론 장애학생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1층에 강의실부터 도서관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울산대의대 이재담 학장은 “우리 대학은 신축단계에서부터 아산병원과 동등한 정도의 장애인 편의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의대의 경우 아산사회사업복지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가난하거나 아픈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의사를 배출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조차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했다는 얘기다.


이 학장에 따르면 울산대의대는 2002년 시공단계에서부터 아산재단에 근무 중인 장애사원을 위해 장애인 편의성이 충분히

고려됐다.


또한 혹시 교과 이수 도중 장애학생이 발생하거나 장애학생의 입학에 대비, 단과대학 건물 전체에 장애인 편의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눈에 띠는 몇 가지만 살펴보면 도서관 책장의 높이가 성인여성 허리 정도에 설치돼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들도 손쉽게 책을

꺼내고 볼 수 있게 돼 있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내에서 책을 빌리거나 반납하기 위한 데스크 역시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


특히 장애인용 화장실은 화장실 입구에 남녀가 각각 설치돼 있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시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강의실이나 실습실, 해부학실 역시 통로가 대부분 계단이 없는 경사로로 만들어졌으며, 강당 단상 역시 별도의 경사로를

마련해뒀다.


이재담 학장은 “단 한명의 학생을 위한 모든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학교가 해야 할 당연한 과제”라며 “학교는 학생들이

편안하게 공부하는 곳인 만큼 누구도 기본적인 환경으로 인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은 장애인을 치료하기 위한 예비의사들을 양성함에 있어 더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지 않는 생활환경은

인식의 차이를 제공함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이같은 학교 안팍의 노력이 앞으로 세계 의학계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양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1985년부터 시작된 장애인 사랑 ‘세브란스병원’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둘러본 대부분의 병원들은 전체적으로 훌륭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도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배려임이 역력했다. 기존 시설에다 장애인을 위해 덤으로 설치한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은 장애인·비장애인의 구별을 찾기 어려웠다.

계단 대신 통로 곳곳에 설치된 경사로부터 모두가 앉아서 용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접수·수납 창구까지.

타 대학병원들이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장애인용 접수창구’를 운영하던 것과는 파격적이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누구도 장애인·비장애인 구분 없이 똑같은 접수대에 앉아 진료를 접수하고, 진료비를 수납할 수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유일하게 장애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재활의학분야의 병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과가 재활의학과임을 감안하면 별도의 재활병원은 장애인이 이동해야 할 동선을 최대한 짧게

할 수 있다.


또한 재활병원에서 본관으로 이동 역시 모든 이동통로는 동일한 높이로 돼 있었고, 계단 대신 낮은 경사로가 설치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이동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파격적인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1985년 재활병원 설립때부터 장애인 편의시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이용한 장애인의 이동시 고려사항부터 화장실 내 휠체어 이용가능 공간 파악, 통로의 경사로 각도 등등 세심한

부분에서 부터 출발했다는 것.


이로 인해 경사로 통로는 8도 이내, 화장실 공간에서 휠체어의 방향 전환이 가능한 넓이 고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손잡이의

폭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당시 새 병원 신축을 놓고 고민하던 중 엘러비 베켓(Ellerbe Becket, Inc)이라는 유명한 미국 설계

회사의 한국인 직원이 찾아와 실질적인 설계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병원 설계 회사와 국내 설계 회사가 힘을 합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용 편의성이 극대화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의료원 기획차장으로 추진본부기획단 위원이던 박창일 전 세브란스병원장(현 연세의료원장)은 “병원은 가급적이면

호텔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고 싶었다.

특히 몸이 불편한 환자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혈액·방사선·초음파·골밀도·심전도 등의 검사를 한 층에 몰아넣을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특별히 차이를 두지 않고도 병원 내 모든 곳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세브란스병원의

강점이었다.

[출처 : 메디컬투데이 정혜원 기자]